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요즘 북한의 핵실험설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북한은 정말 핵실험을 감행할 것인가.

김정일 위원장의 심중에 들어있을 해답을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평양정권이 보여 온 행태와 북핵 관련 정보들을 종합할 때 한국이 수용해야 할 몇 가지 가정들이 있다.

첫째, 북한의 핵실험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적게는 다섯 개에서 많게는 열 개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핵실험장으로 의심받는 길주 이외에도 폐광들이 산재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지하 핵실험을 위한 장소를 확보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술을 주고 농축기술을 받아오는 과정에서 핵실험 노하우를 전수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핵실험의 여부나 시기를 정확하게 알아맞히기는 어렵지만 그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수령독재 체제를 지키기 위해 수백만 명의 주민이 굶주리는 중에도 개방을 거부해왔고, 극심한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을 무릅쓰고 핵무기, 미사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고 있다.

6자회담을 좌초시킨 가장 큰 이유도 북한이 ‘체제와 정권에 대한 완벽한 보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며, 지난 7월 5일 ‘미사일 난사’라는 左衝右突좌충우돌식 무력시위를 벌인 근본 이유도 결국은 체제수호에 있다. 이렇듯 체제와 정권을 지키려는 百折不屈백절불굴의 의지는 여전히 불변이며, 이를 꿰뚫어 보는 사람이라면 북한이 어느 순간 체제수호를 위해 절실하다고 판단한다면 핵실험은 물론 그보다 더 한 것도 감행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셋째, 핵실험이 몰고 올 파장에 관한 가정들도 많다. 북한의 핵실험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로 대변되는 국제 비확산 체제를 뒤흔들 것이며, 이 체제의 실질적 관리자인 미국에 대한 정면도전이 된다. 게다가 미국은 핵무기가 테러세력에게 넘어갈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두둔할 명분을 잃는 틈을 이용하여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문을 추진할 것이며, 이와 함께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선제공격 시나리오를 준비할 것이다.

핵실험 충격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모색해야

핵실험은 일본을 심하게 자극할 것이다. 일본은 북핵을 안보위협으로 보고 대비하는 것과는 별개로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를 재무장과 정치·군사 대국화를 위한 빌미로 활용하기를 원하는 또 하나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본이라면 핵실험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의 범위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

국내에도 전례 없는 군사·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의 인질상태는 심화될 것이며, 북핵에 대처하기 위한 군사전략 수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겠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처할 자주적 대안을 가지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일단 한미동맹이 제공하는 核雨傘핵우산과 국제사회의 대북 억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북지원이 북한의 핵무장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평화번영정책의 정치적 기반은 잠식될 것이다. 대미 안보의존의 심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시작통권 환수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힘들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책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성 비난이 쏟아질 것이며, 야당의 미지근한 견제역할에 불민을 표해온 ‘안보세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화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도 관심거리이다. 북한이 국제압박에 저항하여 ‘전쟁불사’를 외치고 대규모 군중대회와 함께 체제단속을 강화하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하락하고 경제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미칠 것이다.

한국이 이런 가정들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부터라도 핵실험이 안보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하나 둘 예비해야 한다. 예비책에는 북핵의 가시화로 인한 안보공백을 메우는 문제, 한미동맹을 추스르고 주변국의 협력을 모색하는 문제, 중장기적으로 자주적 대북억제력을 함양해나가는 문제, 현금지원을 포함한 대북지원을 재고하는 문제, 핵실험 탐지능력을 개선하는 문제, 정치권이 초당적 대책기구를 설립하는 문제 등 크고 작은 사안들이 두루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국제사회와 한반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엄중사태이다. 북한이 체제에 대한 집착이 늦추지 않는 한 쉽게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핵실험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이 상황에 대처하는 한국의 자세는 양면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대북 설득과 평화적 핵해결을 위해 주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핵실험이 몰고 올 충격파를 최소화할 방안들을 놓고 고심하는 것이 지금 한국이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이다.

<조선일보> 2006년 8월 26일 시론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필자약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