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언어정책과 이질화

한글날(10.9)을 맞아 북한의 언어정책과 남북한 언어 이질화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은 정권수립(1948.9.9) 이전부터 어려운 한자어와 일제 식민통치 잔재로 남은 일본식 언어들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작업을 벌였다.

북한은 문맹으로 인해 정책수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1947년 이후 문맹퇴치운동을 꾸준히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특수한 출판물을 제외하고 한자 대신 한글을 주로 사용하도록 했다.

북한은 외래어를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남한을 비난하는 동시에 한글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등 한글 우대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 박용찬 박사는 “남북한 언어이질화는 단순히 언어소통에서 불편한 차원을 넘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일부 단체 위주로 추진 중인 남북

간 언어통일운동에 이제는 정부와 전문학자 등이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南반포일.北창제일 = 남한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일(세종 28년 음력 9월 상순)을 기념해 한글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나 북한은 훈민정음 창제일(세종 25년 음력 12월)을 기념하고 있다.

북한은 훈민정음 창제일에 5년 또는 10년을 주기로 기념보고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어정보학회와 조선국어사정위원회 등은 지난해 12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모임을 갖고 한글을 지키고 겨레의 얼을 높이기 위해 남측의 한글날(10.9)과 북측의 훈민정음 창제일(1.15)을 문화국경일로 제정하도록 각자 정부에 건의하기로 합의했다.

◇말다듬기사업 = 북한이 추진한 언어정책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말다듬기’ 사업이다.

북한은 말다듬기 사업 이전에도 문맹퇴치 운동, 한자의 폐지와 부활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말다듬기 운동은 1964년 1월과 1966년 5월 김일성 주석이 담화를 통해 ’한자어와 외래어를 민족어(고유어)로 고칠 것’을 지시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고, 평양말 중심의 언어발전이라는 방향을 설정했다.

당시 김 주석 담화에서 문화어(남한의 표준어에 해당)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한자어와 외래어 배척, 고유어를 발굴해 문화어에 편입시키는 작업을 추진했고 이 작업은 ’문화어운동’으로 발전해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이질화 = 통일연구원은 2003년 1월 배포한 연구서를 통해 “남북한 주민 간 언어 이질화가 심화돼 전문 용어 가운데 서로 다르게 발음하거나 글자가 다른 명사가 2천400여개에 달한다”고 언어 이질화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북한에서는 1966년 말다듬기사업을 일상생활의 어휘는 물론 전문용어, 지명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부문에 걸쳐 진행했고, 1970년대초까지 5만여 개의 새로운 낱말이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54년 조선어철자법을 공표한 데 이어 1966년 맞춤법과 띄어쓰기, 발음, 문장부호 등을 규정한 조선말 규범을 제정했고, 1988년 이 규범을 한차례 수정하기도 했다.

◇초보단계 언어통합 노력 = 남북한은 지난해 말 2008년 베이징(北京) 하계올림픽을 대비해 체육용어 통일안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영문표기로 ’Swimming’의 경우 남한은 ’수영’이라고 표기하지만 북한은 고유어를 살려 ’헤엄’이라고 부르는 등 많은 용어들이 의미는 통하지만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통일맞이 늦봄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는 북측과 손잡고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남북언어교류는 문화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북한의 사회과학원과 일부 자료를 교환하는 정도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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