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 무엇을 논의했나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의 특구지역을 둘러본 후 베이징에 도착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에서는 6자회담 문제와 위조지폐 및 금융제재 문제, 중국의 대북 경제원조 및 투자확대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후 주석이 지난해 10월28일부터 30일까지 북한을 공개 국빈방문한 뒤 50여일만에 김 위원장이 많은 ‘불편’을 무릅쓰고 다시 중국을 비밀 방문한 목적중 하나는 경제 개혁.개방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후 주석의 작년 북한 방문 때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큰 틀의 양국 경제협력방안에 따라 그동안 다양한 채널의 협의와 접촉을 통해 마련한 경제협력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재확인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후 주석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에 상당한 규모의 경제원조 제공을 약속하고 당.정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중국 기업의 대북한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겠다는 ‘선물’을 주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필수요소인 에너지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점을 감안, 석탄 등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 및 해양자원 개발협력과 중국 기업의 대북한 투자에 유리한 여건 조성을 약속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본격적인 경제 개혁.개방에는 중국의 경제특구제 도입에 의한 개혁.개방 착수와 단계적인 심화.확대를 통한 지속적 경제발전 경험이 무엇보다 소중한 학습교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측은 우선 중국 자본 유치를 위해 중국 기업의 투자에 상당한 혜택을 주기로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당장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하기에는 현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어서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이를 어떻게 타개해 개혁.개방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도 심층적인 의견 교환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에는 중국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국내외 환경이 중요하고 후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제4차 6자회담(2005년 9월) 공동성명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듯했으나 위조지폐 사건을 계기로 한 미국의 대북한 압박 가중과 북한 기업에 대한 금융제재로 형세가 반전됐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작년 10월 말 회동 이후 드러난 중대한 장애요인 가운데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과 중국이 비슷한 처지여서 공통인식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이나 미국이 북한을 끈질기게 추궁하는 형국인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의 견해차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측은 북한 정부가 직접 간여했던 하지 않았던 간에 위조지폐 문제를 사실대로 솔직하게 털어놓고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6자회담을 진전시켜야 하며 그래야 유리한 환경에서 경제 개혁.개방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측은 중국측에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간여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6자회담이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미국의 위조지폐 혐의 씌우기와 금융제재 등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임을 주장, 중국의 공통인식을 촉구했을 것으로 보여 양국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당(唐)나라 현장(玄장<壯 밑에 大>) 법사가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서방 낙토에 가서 귀중한 경문(經文)을 가져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취경지려(取經之旅)’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번 방문을 통해 본격 개혁.개방을 앞두고 중국의 발전경험 배우기, 경제원조 획득, 자본 유치 등을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개혁.개방에 필요한 경문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6자회담 교착, 위조지폐 및 금융제재 문제 해결 등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신의주특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공통된 견해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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