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 지역 밀수 성행”

북한과 중국 접경지대에서 밀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4일 전했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따라 정상적인 방법의 수출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문은 밀수 현장도 소개했다. 중국 지린(吉林)성 조선족 자치지역의 창바이(長白)와 북한 혜산시 사이에 있는 압록강의 북한 쪽 한 지점에서 어느 날 새벽 중국 위안화가 든 자루가 던져졌고, 중국 측에서 한 남성이 이를 가져갔다.

이어 중국 측 남성은 상자 4개를 가져왔고, 북한 측에서도 한 남성이 중국 쪽으로 건너와 이들 상자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 상자에는 한국 영화 DVD와 DVD 재생기가 들어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중국산 재생기는 원화를 기준으로 3만원 가량에 구입해 북한 측에 7만5천원에 팔고 있었으며, 불법 복제한 DVD는 한 장 당 200원 가량에 사서 400원 가량에 판매하고 있었다.

밀수업을 하는 한 북한 여성(42)은 아사히 신문에 “많을 때는 하룻밤에 130만원 가량을 벌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한국 영화나 음악이 ‘퇴폐적’이란 이유로 보는 것만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몰래 이를 감상하는 주민이 증가하는 등 ‘한류 붐’이 불고 있다.

미국의 한 회사가 지난 2007년 220명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가 한국 등 외국의 DVD를 일상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성은 수십 명의 대학생을 운반책으로 고용하고 있다.

DVD 밀수입 이외에도 북한산 금 등 보석과 모피 등을 중국에 밀수출한다. 이익은 연간 수천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의 절반은 접경지역을 경비하는 북한의 군인이나 정부 간부에게 밀수 묵인용 뇌물이나 접대비로 쓴다.

밀수가 성업하는 것은 유엔 제재에 따라 중국 당국이 세관 검사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전 보다 통관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고 사실상 수출입이 금지된 물품도 적지 않다.

지린성 투먼시의 한 무역업자에 따르면 주요 달러 공급원이었던 북한의 송이 수출, 그리고 일본제 중고차 등 고급품은 사실상 통관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업자는 “이렇게 엄하게 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규 무역의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밀수가 늘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7월부터 북중 접경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밀수 단속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밀수 업자뿐 아니라 뇌물을 받는 군인 등 단속요원도 대상이다.

그러나 1천300㎞를 넘는 접경을 모두 감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식량이나 물품 부족이 계속되고 있는 북한경제를 밀수가 뒷받침하는 측면도 있어서 “어느 정도 묵인해 줄 수밖에 없다”(중국 현지 당국자)는 시각도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