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ARF서 접촉할까

태국 푸껫에서 오는 23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과 북한이 ‘의미있는 접촉’을 할 가능성에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북 정보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북한은 일단 이번 ARF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태국 정부가 고위급 특사를 평양에 보내 박의춘 외무상의 ARF 참석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현재 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박 외무상 대신 박근광 전 나미비아 대사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지만 과거 ARF에 참석했던 북한 인사의 면면을 생각할 때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통적으로 동남아 관계를 중시하는 북한은 ARF 무대에 외무상이나 부상급 인물을 보내왔다.

지난해 싱가포르 ARF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박 외무상이 함께 6자 외무장관회담에 참석, 북핵 6자회담이 비교적 순항하던 국면을 상징해줬다.

또 부시 행정부와 북한의 대립이 극심했던 2004년 여름에 열린 자카르타 ARF에서는 미국내 협상파를 대표하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강경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견제 속에서도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 ‘짧은 만남’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번에 박 외무상이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태국 정부가 내심 추진했던 6자 외무장관회담의 성사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6자 모임’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박 외무상간 대면접촉 역시 ‘난망’이다.

또 북한이 태국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급이 낮은 박근광 대사를 보낼 경우에도 의미있는 접촉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박근광 대사가 참석할 경우 태국이 격을 낮춘 6자 비공식회동을 추진하더라도 북한이 이에 참가할 가능성 역시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박 외상이 ARF 무대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는 북한이 당분간 국제사회와의 접촉을 꺼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태국 ARF를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간의 협의 공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스콧 마르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ARF에서 북한관리들과 개별적으로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신호를 보낼 경우 접촉을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 여기자 문제 등 북한의 성의를 기대해야 할 사안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ARF에서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한 명분을 설파하려할 경우, 북한과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신경전을 펼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서로의 의중을 파악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이미 양측은 미국 뉴욕채널을 통해 억류된 여기자 문제뿐 아니라 향후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견지할 대북정책의 방향(투 트랙 전략) 등을 놓고 실무차원이긴 하지만 의견교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20일 “다자외교무대인 ARF의 현장 분위기상 예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미국과 북한이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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