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ARF서 어떤 행보 보일까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강행,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주도하면서 강경 대치 중인 북한과 미국이 태국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다.

특히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 공세 속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ARF에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일단 미국은 이번 ARF에서 북한 핵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룰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스콧 마르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지난 15일 국무부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인도, 태국 방문과 ARF 참석 일정 등을 설명하면서 ARF에서 북한 미사일과 핵이 주요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복귀시키기 위해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7일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의 접근법을 변화시킬 시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새로운 접근(new approach)이라고 부를만한 것을 우리는 가졌다”고 말했다.

새로운 접근의 내용은 19일 방한한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에 의해 ‘투트랙 전략’으로 확인됐다.

그는 “북한의 도발 행동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대가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유엔의 결의와 함께 (북한에 대한) 양자, 독자적 제재가 있었으며 우리 대통령은 북한의 핵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이런 정책기조는 북한이 핵보유국을 지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만큼 적당한 타협은 없을 것이라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에 복귀할 경우 미국은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캠벨 차관보는 “동시에 우리는 북한이 협상장에 복귀하길 원할 경우 문은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북한이 중대하고 불가역적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외교가는 북한에 보다 적극적인 ‘우호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변화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열리는 태국 ARF는 일단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간의 협의 공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미국 정부가 태국 ARF를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관련국간 사실상의 5자 협의체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18일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리는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관련 5개국이 “5자 협의과정(five-party process)을 강화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 중국을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협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최근 5자 협의과정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의도대로 상황이 전개되려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호응이 전제돼야 한다. 중국은 현재 6자회담의 틀을 흔드는 일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벨 차관보는 이를 의식해 이른바 5자협의 등의 문제에 대해 “5자회동(5-party meeting)이 타당(make sense)하지만 이를 위해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나아가 북한이 ARF에서 자국에 접근해올 경우 피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셀 부차관보는 앞선 브리핑에서 “ARF에서 북한관리들과 개별적으로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지만 북.미 회동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결국 북한의 선택에 따라 ARF 현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북한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북한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 불투명하나 현재의 기류를 감안할 때 박의춘 외무상보다는 일종의 순회대사 성격의 고위인사가 ARF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태국이 내심 추진하려 했던 6자 외교장관회동은 성사 가능성이 사라진다. 박 외상을 대신하는 북한의 인물이 나올 경우 태국이 격을 낮춘 6자 비공식회동을 추진하더라도 북한이 이에 참가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결국 박 외상이 ARF 무대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는 북한이 당분간 국제사회와의 접촉을 꺼리는 것으로 해석되며 현재의 대결구도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북한이 모처럼의 다자외교무대에서 무조건 수세적인 자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의 전망이다. 장거리 로켓과 핵실험을 한 명분을 강조하는 등 북한의 논리를 주장하는 기회를 삼을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의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5일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서 “주권과 평등에 대한 존중 원칙이 부정되는 곳에서는 대화가 있을 수 없고 협상도 있을 수 없다”면서 “(6자)회담은..미국과 그에 순응하는 회담 참가국 중 다수가 이 원칙을 포기했기 때문에 영원히 끝났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에 모종의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미국인 여기자 억류 문제 등으로 미국 정부로서도 북한 측의 성의에 기대해야 할 사안이 있다.

외교소식통은 19일 “ARF가 진행되는 현지의 기류와 태국 정부나 중국의 개입 등에 의해 예상치 않았던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북측 대표단의 태도에서 북한 수뇌부의 인식을 엿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