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수형자 이송 조약 체결…4번째 사법 공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수형자 이송 조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형자 이송 조약이란 한 국가에서 복역 중인 타국 수형자를 본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사법공조 조약이다.

러시아 현지 법률 공시 사이트를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북한 간 수형자 이송 조약 체결에 관한 정부 제안을 채택하라”고 지시하면서 법무부에 조약 서명권을 위임했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수형자 이송 조약 체결을 제안한 바 있다. 수형자 이송 조약을 체결할 경우, 타국에서 복역 중인 수형자 중 형기가 6개월 이상 남은 대상에 한해 본국에서의 복역을 희망할 시 양국 합의에 따라 이송할 수 있다.

20개 조항으로 이뤄진 조약에는 수형자 관련 정보 제공 의무와 이송 요청 및 답신 방법, 이송 비용 및 절차, 사면 등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각 주무 부처는 러시아 법무부와 북한 최고재판소다. 러시아와 북한이 조약을 체결하고 양국 비준 절차를 거치면 이 조약은 공식 발효하게 된다.

한편 북한과 러시아가 이번 조약을 체결할 시 양국은 네 번째로 사법 공조 조약을 체결하는 셈이다. 앞서 양국은 ▲형사사법 공조 조약 ▲범죄인 인도조약 ▲불법입국자와 불법체류자 수용과 송환에 관한 협정 등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조약들이 러시아에서 망명을 시도한 북한 노동자들, 또는 북러 국경을 넘어 탈출한 탈북민들에 대한 체포 및 북송을 정당화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알렉산드르 코노발로프 러시아 법무장관이 지난해 11월 평양을 방문해 체결한 ‘형사사법 공조 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의 경우, 러시아 내 탈북민들에 대한 추적 및 체포, 강제 북송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형사사법공조 조약은 조약 당사국들이 형사사건에서 협조와 상호 공조를 이뤄 범죄 예방·수사·기소 등에서 효율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포괄적 조약이다. 범죄인 인도조약은 한 국가에서 형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른 나라로 도주했을 경우, 그 나라에 범인 체포와 인도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조약이다.

이밖에도 러시아와 북한은 올해 2월 ‘불법입국자와 불법체류자 수용과 송환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협정은 적법한 서류를 소지하지 않고 러시아 내에 체류하다 적발된 사람은 구금되고, 이후 인터뷰를 거쳐 불법입국 사실이 확인될 경우 30일 내에 추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자칫 러시아 내 북한 주민들을 철저한 심사 없이 북한으로 송환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前)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당시 “북한이 러시아에 파견한 노동자들은 노예와 같은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북한과 체결한 ‘불법입국자와 불법체류자 수용과 송환에 관한 협정’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해당 협정을 재고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