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전화를 걸어 적대관계 종식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리비아 양국 관계가 해빙무드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고든 존드로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리비아 지도자인 카다피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리비아 테러에 대한) 배상합의가 완전 이행된 데 대해 만족감을 표명했다”고 백악관의 입장을 전했다.
성명은 “두 정상은 이번 합의가 양국 간 고통스러운 시대를 마감하는 시기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지난달 31일 美 팬암기 폭파사건 등 리비아가 저지른 테러행위에 대해 15억 달러의 배상금을 미국에 입금하는 것으로 관계정상화의 마지막 장애물을 제거했다.
뒤이어 부시 대통령은 미국 법원에 계류 중인 테러 관련 소송에 대한 리비아의 면책을 회복시키는 명령에 서명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55년 만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리비아를 방문해 카다피 원수와 회담을 갖고 관계증진 방안을 협의했다.
미국-리비아 관계는 1969년 카다피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1986년 미군의 트리폴리 대통령 관저 공습으로 당시 대통령이던 카다피의 수양딸이 사망한 후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2년 뒤인 1988년 리비아는 스코틀랜드 로커비에서 팬암기 폭파사건을 일으켜 27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양국 관계가 진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리비아가 테러에 이용되는 대형살상무기를 포기하면서 부터다.
라이스 장관의 리비아 방문 직후 리비아는 자국이 연루된 1980년대 테러의 희생양이 된 미국인들 유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총 18억 달러 규모의 기금 조성에 나섰다.
18억 달러 중 15억 달러가 팬암기 사건의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지급되게 되며, 나머지 3억 달러는 1986년 베를린 미군 전용 디스코텍 테러사건의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지급될 보상금이다.
백악관은 “배상 이행은 양국관계 회복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며 “미국은 인권과 개혁, 테러와의 전쟁을 포함한 모든 주제를 망라하는 대화 구축을 목표로 양자관계에 대한 행동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부시와 카다피의 전화통화가 악화일로를 걷던 미국과 리비아의 관계 정상화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테러배상 협상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카다피의 아들인 세이프 알 이슬람이 18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라이스 국무장관과 회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협의 내용 및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