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싱 합의와 북핵문제

▲ 부시 미국 대통령과 싱 인도 총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민간용 핵기술 공유에 합의한 것은 비확산 정책에 중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인가? 답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이다.

그것을 ‘중대한 예외’라고 한다면 1994년 미국이 북한과 맺었던 ‘제네바합의’야 말로 중대한 예외의 대표적 사례다. NPT에 가입해 놓고도 핵사찰을 거부하고 탈퇴를 협박한 국가에 대해 ‘과거 핵 동결’이라는 조건만으로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해주었으니 말이다. 제네바합의는 ‘잘못을 저질러도 크게 잘못하면 오히려 보상을 받는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주었다.

사실 비확산 정책은 완전히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예외를 만들어왔다. 그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이번에 부시 대통령이 싱 총리와 합의한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제네바합의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인도가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고 민간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하는 대신 핵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핵무기를 동결하는 대신 더 이상 핵무기를 양산하지 못하도록 막고, 핵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인도는 인구와 경제규모, 지정학적 위치 등 모든 면에서 중요한 국가로 평가 받고 있으며, 일본과 함께 차기 안보리 상임이사국 0순위로 꼽히는 국가이다. 따라서 언제까지 인도가 이미 보유해버린 핵을 시비 걸며 지루한 논쟁을 계속 할 수 없으며, 차라리 현실을 인정하고 강대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론 여기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은 1994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연달아 핵실험에 성공해 국제사회에 제제여론이 높을 때 제제에 반대함으로써 오늘날 핵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 장본인임을 깨달아야 한다.

부시 대통령과 싱 총리의 이번 합의는 미국이 비확산과 對테러 가운데 어느 곳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가를 확실히 확인시켜주었다. 미국의 큰 그림은 냉전 해체 후 빠르게 변해 온 국제사회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며, 이제는 과거의 원론적 비확산보다는 대테러를 새로운 원칙으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 합의를 북한이 오판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합의를 ‘미국의 비확산정책은 위선적이다’는 공격의 수단으로 삼는 한편, 핵무기를 보유해버리면 더 큰 장사를 할 수도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파키스탄과의 경쟁관계에서 핵개발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사회의 룰을 잘 준수하면서 강대국의 체모를 갖추고 있는 인도와 ‘테러지원국’ 북한이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

수백만 국민을 굶겨 죽이고, 잔혹한 인권탄압을 계속하고, 국가기관이 나서 수많은 외국인을 납치하고, 민간항공기를 폭파하고, 그러면서 핵을 개발하겠다는 국가에 대해서는 ‘중대한 예외’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는 26일부터 제4차 6자회담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망상을 가질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핵을 폐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평가받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이 마지막 6자회담이 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준엄한 경고를 건성으로 듣지 않기를 바란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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