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튼, 북ㆍ이란 안보리 회부 집착

존 볼튼 유엔대사 지명자는 11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 6자회담에 대해 의례적인 기대 조차 표명하지 않고 ’유엔 안보리 회부감’이라는 입장만 강조했다.

그는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도 영국, 독일, 프랑스의 유럽 3개국이 이란과 벌이고 있는 협상에 무게를 두지 않고 결국은 이란도 안보리에 회부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시사하는 등 기존의 강경 자세를 재확인했다.

그는 안보리 회부가 “자동적으로 제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단서를 달긴했으나, 북한과 이란의 안보리 회부를 이론적인 가능성이 아닌 “현실적 가능성”이라고 부르며 두 나라를 압박했다.

의석 분포상 볼튼 지명자가 큰 이변이 없는 한 인준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가 유엔에 들어가 안보리를 ’미국의 국익에 맞게’, ’효율적으로 행동하는’ 기구로 개조하려는 가운데 북한과 이란 핵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부시 대통령의 유엔 ’전초 기지’로서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조셉 바이든(민주)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볼튼 지명자의 유엔 입성을 “어떤 사람들은 (반공보수주의이면서도 미ㆍ중 관계정상화를 이룬) 닉슨 전 대통령을 중국에 보내는 것과 같다고 말하지만, 나는 황소를 도자기 가게에 보내는 것 같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해다.

’차이나’라는 말에 중국과 도자기라는 뜻이 함께 있는 점과 볼튼 지명자의 저돌성을 절묘하게 비유에 활용, 인준 찬반 논리를 압축한 말이다.

볼튼 지명자는 이날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정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미 정보역량평가위의 “결론에 동의한다”면서도 대량살상무기(WMD)를 다루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두 나라의 위협이 “실제적이라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우라늄 고농축 프로그램에 대해선 “증거가 압도적”이라며 유일하게 문제되는 것은 “언제부터 (제네바합의) 위반을 시작했느냐”는 것이라고 말해 개발 수준을 모를 뿐 이 프로그램 존재 자체는 분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자신의 업적이라고 자랑하며 “PSI로 이어진 구상을 하게 된 데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 탓이 크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PSI가 북한을 겨냥한 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일반 원칙론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북미간 양자대좌가 아니라 “우리가 6자회담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은 방식이라면서도 “북한을 2년간 설득했으나 북한은 협상을 거부하고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거나 “마지막 6자회담이 열린지 이제 10개월째”라고 말해 6자회담에 거의 미련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그는 “시한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으나, “어떤 시점까지 진전이 없을 경우 다른 가능성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첫날 청문회에서 민주당측은 볼튼 지명자의 대외 강경ㆍ일방주의 노선이 유엔대사에 적합치 않다는 점과 국무 차관 시절 이라크 정보 실패에 대한 책임, 그리고 쿠바에 대한 생물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는 연설을 하려 할 때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대한 정보분석 직원들에 대한 인사 압력 의혹 등을 들어 볼튼 지명자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볼튼 지명자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당시로선 최선을 다한 정보였다”고 고의적인 왜곡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인사압력 의혹에 대해서도 정보위의 이라크 정보 실패 조사 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것이라고 반박함으로써, 양측간 논란이 이어졌다.

볼튼 지명자는 다만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바탕으로 유엔총회에서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연설을 하게 만들었던 것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밝히고 신뢰도 훼손이라는 “부작용을 피할 방법은 없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이란 핵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이 이란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영국, 독일, 프랑스 3국과 타협을 통해 이들 나라로부터 이란을 안보리에 회부해야 할 때 지지한다는 “상당히 분명한 입장표명”을 받아낸 것을 성과로 지적하면서도 “우리 입장을 많이 수정”한 대가라는 비판적 인식도 내비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