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北 안보리 회부발언으로 다시 성가

미국의 존 볼튼 유엔대사 지명자가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발언으로 다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이 발언은 그가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놓았던 단골 메뉴인데,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외교위의 유엔대사 인준청문회에서도 되풀이했다.

그는 인준청문회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유엔간 협력 방안’을 묻는 질문에 “당초 북한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을 때 우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를 움직여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만장일치의 합의를 이뤘으나 6자회담이 미결 상태여서 안보리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의 ‘소신’을 일관되게 견지했다.

볼턴 주유엔대사 지명자는 미 행정부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필두로, 북한 정권을 기본적으로 ‘악의 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직접협상을 거부하면서 정권교체, 선제공격 등을 추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대북 봉쇄론’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 안보리 회부 논리는 ‘대북 봉쇄론’의 각론인 셈이다.

그는 또 리비아식 해법의 신봉자이기도 하다.

리비아식 해법은 영국의 중재로 핵포기 선언을 한 리비아가 선언 직후 즉각적으 로 핵시설 공개 및 포기절차에 돌입한 데 대해 미국은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고 약속하고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으로 화답한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이 해법대로 북한이 HEU(고농축우라늄) 문제를 포함한 모든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즉각 ‘폐기’라는 실천에 들어가야 문제가 풀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볼턴 유엔대사 지명자는 우리 정부와도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추억이 있다.

작년 하반기 과학자들의 호기심에서 비롯돼 실험실 차원에서 그친 ‘경미한’ 한국의 핵물질 실험이 문제가 됐을 당시 그가 핵개발 의혹이 ‘다분한’ 북한, 이란 핵문제와 ‘동반 안보리행(行)’을 강하게 주장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저지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것이다.

최영진(崔英鎭) 전 외교통상부 차관은 후일담에서 “당시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안보리행) 향배가 결정될 분위기여서 미국과의 담판이 중요했다”며, “볼턴 전 차관을 직접 만나 양자 차원의 문제로 만들지 마라, 그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이 대립할 수 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야 했다”고 회고했다.

최 전 차관은 당시 제네바에서 한국 핵물질 실험의 안보리행 저지 임무를 총괄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최 전 차관은 오는 6월 주유엔대사로 부임할 예정이어서 볼턴 지명자가 인준청문회를 통과한다면 다시 얼굴을 맞대야 할 것 처지다.

볼턴 지명자의 안보리 회부 발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도 관심거리다.

북한은 볼턴 지명자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으로서 미 국무부내의 6자회담 지휘 선상에서 안보리 회부 발언을 할 때마다 북한은 ‘격한’ 반응을 보여왔다.

특히 2003년 8월 당시 볼턴 차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포악한 독재자’ 등으로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인간 쓰레기’ ’흡혈귀’로 맞받아치는 동시에 “그를 미 행정부 관리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런 자와는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격하는 등 격렬한 설전을 벌인 바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