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1골…달려라! 北선수들!

16일 3시 30분(한국시간) 북한 축구팀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44년만에 월드컵 본선경기를 치렀다.


경기장에 입장한 북한 선수들 중에는 지난 해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뛰었던 공격수 정대세, 골기퍼 이명국을 비롯해 낯익은 얼굴들이 적지 않았다. 경기장에 입장한 북한 선수들의 얼굴에는 세계 최강 축구팀과 맞섰다는 긴장보다 자신감이 더 강한 듯 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순위를 볼 때 브라질은 1위, 북한은 105위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브라질이 왕 고참이라고 하면 북한은 새내기에 불과하다. 객관적으로 보면 도저히 게임이 안되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었다. 


전반전 북한의 완강한 밀집수비 결과 볼 점유율은 66 : 34, 유효슈팅 수는 3 : 2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전부터는 상황이 달랐다. 후반 10분 브라질의 수비수 마이콘이 오른쪽 측면 사각에서 슛을 성공시키면서 브라질의 골잔치가 시작되는 듯했다. 26분만에 브라질 엘라누가 두번째 골을 넣었다. 그러나 북한은 낙심하지 않고 완강히 맞서면서 후반전 43분경에 1골을 만회했다. 


북한과의 경기에서 브라질이 두골밖에 넣지 못한 것은 그만큼 북한팀의 수비가 잘 짜여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정대세를 제외한 9명의 선수들이 경기 내내 협력 수비에 치중한 결과였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북한 선수들의 투혼과 집중력, 최후의 순간까지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에 감동했을 것이다.


신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비교도 안되는 강적이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뛰고 뛰어 마침내 ‘보석’처럼 귀한 1골을 이뤄냈을 때 기자는 소리높여 만세를 외쳤다. 2골을 내준 것보다 더 값진 1골이었다.  


돌이켜 보면 한국 이정수의 슛이 그리스의 골망을 가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통쾌함’ 그자체 였지만, 북한 지윤남이 브라질 수비수 2명을 제치며 골을 넣었을 때는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었다. 가슴 밑바닥에서 송곳이 찌르는 것 같은 전율과 10년 묵은 체증이 한번에 뚫린 듯한 후련함이 순간 교차했다. 


기자처럼 북한에서 살다 온 탈북자들은 2-1로 패하고 경기장을 떠나는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새벽잠을 설치기도 했을 것이다. 


비록 북한 선수들이 입만 열면 그들의 지도자와 노동당에 대한 칭송만 풀어내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북한사람 특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하는 투지가 불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데일리NK 편집국에서 벌겋게 충열된 눈들과 마주칠 때마다 ‘북한’이라는 이미지가 우리게 던져주고 있는 ‘복잡-다양성’과 직면하게 됐다. 


우리는 북한 축구의 ‘선전’이 모두 김정일의 우상화 도구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안다. 그러면서도 북한 선수들의 승리를 기원한다. 


우리는 또 월드컵 축구 현장에서 ‘같은 민족’을 응원한다는 것이 ‘국가 대항전’이라는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도 잘 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인 북한의 분투에 열광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색이 국영방송이라는 조선중앙방송이 자기 선수들의 경기 조차 생중계하지 못하는 창피한 현실이 있다는 점도 잘안다. 그러나 북한 인민들도 월드컵에서 만큼은 마음껏 웃고 떠들며 자존심 한번 세워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비록 2-1로 패했지만 세계 언론을 깜짝 놀라게 한 북한 선수들의 투혼은 우리 내부의 복잡한 심정을 털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체격, 경험, 기술 등 모든 것이 열세라고 하지만 북한 선수들이 남은 조별 예선 두 경기에서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응원한다.


북한 위정자들이 훼손시킨 인민들의 자존심을 단 한번만이라도 곧게 세워줄 수 있다면 90분 동안 심장이 터지도록 달리는 것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독재자가 만들어낸 남북간 장벽을 넘어 남한발 응원 함성이 북녘 땅에 전달될 수 있다면, 90분 동안 두 다리가 풀어질 때까지 분투하는 것이 무용지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달려라! 힘내라! 북한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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