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속 8개월 끈 시리아 피폭시설물 실체공방

이스라엘이 지난해 9월 공습한 시리아의 한 시설물이 북한의 협력을 받아 건설되던 핵시설임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공개되면서 8개월 가까이 끌었던 진실공방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시리아 동북부에 위치한 이 시설물을 처음 공습했을 때만해도 공습 배경이나 피폭 시설물의 성격 등이 거의 알려지지 않아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 정보기관이 24일 미 의회에서 북한의 영변 원자로와 동일한 핵설비가 시리아의 시설물 내에 설치돼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함으로써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의혹이 상당 부분 풀려가는 양상이다.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 = 이스라엘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이 초음속의 속도로 인접국인 시리아의 국경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6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고공 비행을 하는 정찰기까지 동원된 가운데 이스라엘의 F-15, F-16 전투기 여러 대는 시리아의 동북부 사막지대에 위치한 한 시설물에 매버릭 미사일과 500파운드짜리 폭탄을 퍼부은 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군은 이스라엘 전투기들을 향해 대공포를 쏘아댔고, 이스라엘의 일부 전투기는 대공포탄을 피하는 과정에서 동체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조 연료탱크를 버리기까지 했다.

전투기에서 분리된 이스라엘의 보조 연료탱크는 인접국인 터키 쪽에서 발견됐다.

◇피폭된 시설물 =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 직후 시리아는 자국 영공을 침범한 이스라엘 전투기들을 격퇴했다고 발표했을 뿐 피폭된 시설물의 실체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스라엘 측도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20여일 뒤인 지난해 10월 2일 `군사목표’ 한 곳을 공습한 사실을 시인했고,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공군이 폭격한 곳은 `텅빈 군건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일이 흐르면서 이 시설물이 북한의 지원으로 지어진 핵발전소라는 주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같은해 11월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우지 이븐 교수가 폭격 전후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피폭 시설물이 핵폭탄 제조를 위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내놓아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 시설물의 성격에 대해 구체적인 논평을 회피해오다가 이스라엘의 공습 8개월만에 의회에서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아 그간의 의혹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

◇이스라엘의 공습 강행 배경 = 이스라엘의 공습과 관련한 그간의 외신보도를 종합해보면 이스라엘은 공습에 앞서 시설물 내.외부를 촬영한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원자로의 노심 설계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이상하리만큼 동일한 데다 북한 사람들의 모습까지 등장하는 이 테이프를 분석한 이스라엘은 이 설비가 북한과의 협력 속에 지어진 핵시설로 확신하고 미국과의 상의를 거쳐 폭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공습 사흘전인 9월 3일 시리아 북부 타터스항에 북한 선박이 입항한 사실도 공습작전 감행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이 북한 선박에는 시멘트라고 표시된 물건이 선적됐었는 데, 실제 내용물이 무엇인 지 확실하지 않지만 핵장비가 실려있었다는 공감대가 이스라엘에서 형성돼 가고 있었다고 보도했었다.

◇지루한 공방전 예고 = 시리아는 비디오테이프의 공개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부터 핵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시리아가 이처럼 북한과의 핵협력을 완강히 부인할 수 있는 이유는 문제의 시설이 폭격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남아있는 것은 영상과 사진 밖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리아는 피폭된 시설물 일대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감쪽같이 `뒷처리’를 해놓았다.

북한도 그간 여러차례에 걸쳐 시리아와의 핵협상 의혹을 철저히 부인했다.

이번에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시리아와 북한간 핵협력을 충분히 짐작케 하는 정황 증거가 나온 셈이 됐지만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결정적 물증이 사라져 버린 상황이다보니 앞으로도 이 시설물을 둘렀싼 실체 공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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