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 ‘KBS 하차’ 정치적 외압이라고?

방송인 김제동 씨가 KBS의 가을 개편을 앞두고 간판 프로그램인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하자 정치권과 네티즌 사이에서 ‘외압’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씨가 지난 6월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에서 사회를 보며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피력한 데 이어 최근 트위터에는 “쌍용차를 잊지 말자”며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발언 등을 한 것을 정부가 문제 삼아 KBS에 ‘외압’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반면 ‘정치적 외압’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오히려 KBS의 경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KBS가 상대적으로 출연료가 높은 외부인사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내부인력을 육성하겠다는 자체 경영방침에 따른 결정이란 주장이다.

이 같은 논란은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이슈’가 됐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스타골든벨’을 진행하던 MC 김제동을 갑자기 하차시키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제작비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반정부적 성향의 MC가 축출됐던 프로그램이 MC 교체 이후 시청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MC 교체의 사유가 제작비 절감이 아닌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음을 이실직고 하는 것이 KBS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김제동의 방송 퇴출은 정치 탄압으로 느껴진다”며 “김 씨의 방출은 뉴스 및 시사비평 프로그램에 대한 1단계 통제가 마무리되자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2단계 통제 단계로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KBS PD저널리즘의 정권에 대한 논리적 비판을 차단시키는데 성공한 현 정부가 일반 연예인 및 방송인들의 정서적 비판에 대해서도 통제·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이 사건의 배경은 개인의 정치적 소신, 그리고 방송과 무관한 개인의 발언에 대한 조치가 분명하다”고 했고, 창조한국당도 논평을 통해 “KBS가 방송인마저 정권방송에 순치시키려는 무모함을 강행하려 한다면 이는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부의 방송으로 전락해버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S측은 국감에서 ‘정치외압’ 논란과 관련, “프로그램에 새 연출진이 들어와서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도가 있었고 김제동 씨는 4년 정도 진행했다”면서 “제작진의 연출권 행사”라고 일축했다.

조대현 KBS TV 제작본부장은 “특정 연예인에 대해 지지하는 팬들과 그렇지 않은 팬들로 나뉜다”면서 “제작진도 개편 프로그램 사회자를 바꾸고 변경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일일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의 ‘정치적 외압’ 의혹제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한선교 의원은 “방송인 출신으로 나도 이런 경험이 있고 이번 김제동의 교체가 결코 정치적 목적으로 행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김 씨가 정부·여당이 하는 행사에도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쫓아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KBS가 자체 판단에 의해 프로그램 개편하는 것인데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야당이 방송을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그러나 김 씨의 하차에 따른 ‘정치적 외압’ 의혹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오는 11월23일 ‘MBC 100분 토론’에서 하차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 다음 아고라에는 10일부터 김제동 씨의 ‘KBS 스타골든벨’ 퇴출에 반대합니다’라는 서명 청원이 5만 명을 목표로 시작돼 12일 오후 1시 30분 현재 8400여명이 서명하는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 성토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손석희 교수님 퇴출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도 12일부터 시작됐다.

또 한겨레, 경향신문 등도 이 같은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어 당분간 김 씨와 손 씨의 방송 하차는 정국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언론 전문가는 “정치권이나 네티즌이 색안경을 끼고 이번 김 씨와 손 씨 하차에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KBS와 MBC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KBS도 내부 경영방침에 따라 제작비 절감과 내부인력 육성을 목표로 이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KBS는 지난해 8월 이병순 사장 취임 후 고액 MC들을 잇따라 경질했다. 봄개편에선 ‘TV쇼 진품명품’ 왕종근, ‘가족오락관’ 허참, ‘스펀지’ 정은아, ‘여유만만’ 최은경 등 프리랜서 MC들을 줄줄이 하차 통보했다. 때문에 김제동의 하차도 같은 연장선상이라는 것이 KBS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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