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혁당 재건세력 從北성향 버리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주류를 장악하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의 실체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재건파로 좁혀지고 있지만 정작 핵심 당사자들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들은 모르쇠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혁당 재건세력 중 이에 대해 해명에 나선 인물은 이의엽 통진당 선대본부장(前민혁당 부산지역 위원장)이 유일하다.


통진당 배후에 민혁당 재건파가 존재한다는 의혹의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석기, 이상규 등 민혁당 재건 세력들이 여전히 종북 지하당 또는 느슨한 형태의 친북 모임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는지 여부다.


다음으로 통진당의 종북 행태가 단순히 과거 NL(민족해방) 계열 운동의 유산이 아니라 민혁당 재건파의 지시를 조직적으로 이행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의혹이다.  1997년 민혁당 중앙위원장이었던 김영환의 전향과 민혁당 해체 선언에도 불구하고, 재건파 총책 하영옥과 이석기 등은 김영환을 변절자로 규정하고 조직 재건에 나섰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정희 대표를 대신해 관악을에 출마해 당선된 이상규 당선자도 민혁당 사건 판결문에서 수도권 남부지역사업부 책임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민혁당 사건과 관련해 사법처리 되지는 않았다. 


김영환의 민혁당 해체 선언 이후 이석기 당선자는 조직 재건에 큰 의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혁당 해체 선언 이후에 재건 조직 합류 권유를 받았던 J 씨는 “이 당선자가 조직 재가입을 권유하기 위해 연락했을 때 여러 불안감 때문에 지인을 동반하고 갔더니, 굉장히 불쾌해 하며 화를 냈다”면서 “조직 가입을 직접적으로 권유하지 못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통진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석기 당선자를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10년 전에 구속돼 이미 사면복권 된 양심수”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법적 처벌과 지하당 해산, 전향은 별개라는 점이 지적된다. 과거 민혁당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그들(민혁당 재건세력)이 관련 활동을 중단했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단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1999년 민혁당 사건 발표 당시 천용택 국정원장은 그 해 12월 비공개 브리핑에서 “김영환 계열 조직원 17명은 자수했고, 하영옥 계열의 조직원들은 도피했다”라고 말했다. 즉, 전향을 거부하고 조직 사수를 위해 도주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하영옥 계열에 대해서는 “친북성향을 버리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진보의 그늘-남한 지하 혁명조직과 북한’의 저자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민혁당 재건파 총책 하영옥이 구속된 이후에도 민혁당 경기남부위원회, 영남위원회, 수도권 지역 주요 인사들이 민주노동당 내에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단선연계를 원칙으로 한 지하당의 특성상 조직이 배후에서 활동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무슨 향우회나 유관단체처럼 ‘과거 인연이 있으니 함께하자’고 말한다는 것은 지하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민노당 비대위 대표를 역임한 통합진보당 심상정(고양 덕양갑) 공동대표는 17일 이번 총선에서 논란이 된 ‘경기동부연합’ 조직의 실체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심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기동부연합으로 지칭되는 당권파가 (총선에서)주목이 됐던 것은 그만큼 통합진보당 내 힘을 가진 세력이라는 점에서 주목이 된 것”이라며 “(경기동부연합은) 권력이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 중앙집행위원장 출신 허현준 남북청년행동 사무처장은 “사건에서 발각되지 않은 지하당원들과 자생적인 조직들이 이후에도 경기동부연합이나 다양한 형태로 통합진보당 내에서 활동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인천이나 광주 전남 지역 등이 민혁당 재건파들과 연대해 주류를 형성했고, 당 내외에서 이들을 뒷받침하는 주사파 출신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 사무처장은 이어 “과거 민노당이나 최근 통진당의 행태를 볼 때 민혁당 재건세력이나 그 밖의 NL 주류들은 친북성향을 버리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통진당은 13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발표한 논평에서 이에 대한 어떤 성격 규명도 하지 않은 채 “대북제재 반대”라며 북한의 입장을 간접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