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화적 핵주권’ 회복을 주장하고 나선 한나라당이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군사적 핵주권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지난 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한미원자력협정에 규정된 ‘핵연료 재처리 금지’ 규정을 개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며 ‘평화적 핵주권’ 회복 논쟁에 불을 당겼다.
여당의 이 같은 주장은 북한의 핵위협이 점차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북핵 대처가 미온할 경우 우리도 ‘자위적 대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의 확고한 핵우산 공약을 약속받고, 북핵 폐기를 위한 적극적 대응을 유도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평화적 핵주권마저 미리 겁을 먹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필요하면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나라가 군사적 핵주권을 갖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적 핵연료 이용 필요성에 대해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양질의 전기 생산이라는 산업적 측면 ▲원자력 발전소 발주시 핵 재처리 기술 보유가 갖는 경쟁력 ▲이산화탄소 발생 절감 등 환경적 측면 등을 들었다.
그러나 핵무장 필요성 주장에 대해서는 “글로벌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독자 주장만 해서는 살 수가 없다”며 “핵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질서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질서에 따르고 행동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같은 방송에 출연 “북한에는 핵개발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우리가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적 모순”이라며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원자력 협정 개정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평화적 사용과 군사적 사용의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며 “시점 면에서도 국내외적으로 북한이 핵무장을 하니까 우리도 핵무장을 한다는 뜻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에 동북아 전체가 핵군비 경쟁에 돌입해 동아시아 전체가 화약고에 쌓이게 되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지난 정권에서부터 ‘자위용’이라고 감싸며 지원을 통한 상황 악화 방지 논리에 급급해왔던 민주당이 ‘평화적 핵이용’ 논의 자체조차 봉쇄하려고 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햇볕정책’의 창시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압박에 대응한 자위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북한의 핵 보유가 자위적 수단이라는 데 일리가 있다”며 북한의 핵개발 논리를 사실상 옹호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