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대화 공세에 올인하고 있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이달 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 통일위원회를 통해 당국간 회담을 무조건 개최하자고 밝혔다. 8일에도 조평통 명의로 당국자, 적십자, 금강산관광 재개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부터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얼렁뚱땅 덮고 넘어갈 경우 국민의 동의도 구하기 어렵거니와 추가 도발을 묵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북한의 제의에 일단 만나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조건도 없다. 일단 수용해서 만나면 답이 나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8일 브리핑을 통해 “남북간의 긴장 상황과 경직된 남북관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잘된 일”이라며 “적십자 회담과 금강산 관광재개회담, 개성공업지구 회담을 제안했고 회담시기도 1월말이나 2월초로 구체적인 제안을 해온 것은 매우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남북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라고 반겼다.
그는 “우리 정부가 원칙론만 강조할 경우에 자칫 국제적인 흐름에서 소외될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하여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남북대화 제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대화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연평도 유감 표명 마저 빠진 제의를 높이 평가했다.
민주당의 대화 수용론에는 북한의 선 사과가 빠져있다. 사실 민주당은 남북관계 개선에 앞서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걸지 않고 있다. 북한이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가했을 때도 민주당은 북한에 대한 간략한 유감 표명만 있었을 뿐 시간이 흐르자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촉구에 주력했다.
실제 송영길 인천시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우리 군이 북한을 자극해서 도발이 이뤄졌다”고 말하기도해 언론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특사를 지낸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북한의 대화제의에 “한반도가 다시 한번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남북대화의 재개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우리가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이고, 관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은 직접북한에 가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며 과도한 정치적 행보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 의원은 지난 4일 “김정일 위원장께 방북을 요청한다”면서 “2011년 새해에 또다시 제2, 제3의 연평도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면, 그것은 남북 모두가 패자가 되는 비극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 사회의 불신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2005년 6월 17일 김 위원장께서 ‘미국과의 적대 관계가 해소되고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이 이루어진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으며, 이것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고 언급한 것을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나의 방북 요청에 대해 다시한번 통 크게 결단한다면 무너진 신뢰를 복원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나의 평양방문과 면담요청을 수락해 줄 것을 요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과 서해상 공격 행위에 대해 구체적인 책임을 묻지 않고 ‘비핵화 합의’ 등 말 잔치로 유야무야 넘겼던 햇볕정책의 전철을 밟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향후 민주당의 전략은 연평도 문제는 속 빼고 남북관계 악화를 문제 삼아 이명박 정부를 계속 공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관희 고려대 교수는 “이번 북한의 대화 제의가 6자회담을 위한 탈출구 일뿐 아니라 김정은 후계체제 안정을 위한 경제 회생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대화 제의를 강조한 것은 정치선전 공작에 불과하다. 남남분열로 이끌려는 북한의 숨은 계략일 뿐”이라면서 “현재 한국사회는 북한의 대화 제의로 이미 분열 양상이 나타났다. 정치권에서의 분열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분열 되는 등 북한은 아주 쉽게 한국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대북정책의 모습은 전형적인 종북정책에 가깝다”며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햇볕정책은 완전히 폐기되어야 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민주당의 종북적 사고를 뜯어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