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죄 많이 졌다”

“미안하다.. 너한테 죄 많이 졌다”

이용숙(98.서귀포시) 할아버지는 28일 제주시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에 마련된 화상상봉장에서 북에 두고 온 아들을 화면을 통해 보고는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할아버지는 평안남도 용강군 삼화면 용문리 이문동에 살다 1951년 1.4후퇴 당시 중공군을 피해 남으로 내려왔다.

당시 북에는 아내와 딸, 두 아들을 두고 왔는데 이날 상봉장에는 막내 아들 흥근(61)씨와 외손녀 김영숙(50)씨가 나왔다. 아내와 큰 딸 은실씨, 큰 아들 동근씨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 들었다.

이 할아버지는 상봉 전에는 북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고 같이 나온 부인 강금순(78.여)씨를 향해 “내가 두고 온 애들..얼굴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상봉화면이 커지자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저를) 알아보겠습니까”라며 절을 올리는 북의 아들 흥근씨에게 이 할아버지는 “모르겠구나. 내가 네 아비되는 사람이다. 자세히 봐라. 미안하구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가족을 두고 떠날 때는 20일 안에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이 할아버지는 5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상봉한 환갑을 훌쩍 넘긴 막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 너한테 죄 많이 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통일이 되면 아버지를 모시겠다는 아들에게 이 할아버지는 “내 나이가 다 된 나이라 기대할 수 없다”면서도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옛 기억이 나는지 물었고 살던 집이 폭격에 잿더미가 된 이야기, 어머니가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사연 등 반세기 넘게 몰랐던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마침내 정해진 화상상봉 시간이 끝나갈 무렵 남북의 가족들은 “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통일되서 만나자”는 기약없는 약속을 주고 받으며 짧은 만남을 아쉬워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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