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접근 ‘두 기류’로 나뉘나?

▲ 원칙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는 라이스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미 국무장관은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워싱턴 타임스, 로이터 통신과 가진 연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유인책(Incentive)은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라이스가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건부 복귀의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발언은 ‘북한은 지금 당장 회담장으로 나오라’는 경고수준으로 해석되고 있어 향후 관련국과의 공동 대응이 주목된다.

미 국무부 관리들도 최근 북핵 청문회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동시조치안(동결 즉시 보상과 적대정책 해소)은 이미 3차 6자회담을 통해 제안되었고, 북한의 안보 우려에 대해서도 한, 미, 일 사이에서 충분한 논의를 합의한 만큼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더 이상의 양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에서 단계적인 상응조치 이행방안으로 ‘북한 핵 폐기 초기 준비기간 중’ 대북 중유공급, 잠정적 다자안전보장 제공, 북한 에너지 수요 연구,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경제제재 해제 문제 협의를 개시하겠다고 제안했었다.

라이스 장관과 미 국무부 관리들의 발언을 통해 보면,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적대시 정책 철회’를 포함한 조건부 복귀 의사는 거부하면서 인권문제 언급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6자회담에서 북한의 안보 우려와 핵 폐기에 따른 순차적인 보상을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일 전후로 북핵관련 청문회에서 제기된 미 의회의 대북 강경론에 이어 미 국무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원칙적 입장이 확인됨에 따라 상당기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상호 협의보다는 한, 미, 일을 중심으로 한 대북 경고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류와 협력을 통한 변화 추구하는 <전미위원회> 출범

부시 행정부와 미 의회의 이러한 입장과 달리 한편에서는 북한과 대립하기보다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기류가 있다. 이러한 입장을 내세운 대표적인 기류가 ‘전미북한위원회(National Committee on North Korea. 공동회장 잭 프리처드(Jack Pritchard), 엘스워스 컬버(Ellsworth Culver)) 출범이다.

북한 핵 보유선언으로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지원을 통한 북한의 변화’를 추진하는 <전미북한위원회>의 출범은 매우 이례적이다. 위원회의 출범이 부시 정부와 미 의회의 강경책을 보완하기 위해 ‘개입이 가능한 북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전미북한위원회>는 ‘북미 간 상호이해와 한반도 분쟁 방지와 평화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로 적극적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위원회는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장기 프로젝트를 통한 구조적 문제 해결을 강조해 미국 정계의 기류와는 다른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다.

인도적인 지원과 농업 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위원회의 활동이 97년 식량난 이후 쏟아졌던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의 반복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잭 프리처드는 김정일 위원장의 퇴진을 남북통일의 시발점으로 주장하는 현실주의자인데다, 엘스워스 컬버는 인도적 지원과 동시에 탈북자 강제송환 금지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유엔의 접근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해온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접근이 단순한 구호 차원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 식량난이 발생한 이후, 미국은 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대북 지원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와 민간차원의 노력이 북한 핵 문제의 악화와 구조적인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최근에는 인권문제를 포함한 체제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주변국 간의 팽팽한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미북한위원회>의 향후 사업이 북-미 관계에 어떠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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