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반도 프로세스’ 겉과 속이 같은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4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평화구상)를 발표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위해 핵무기와 정전체제를 동시에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한반도 평화를 근원적으로 막고 있는 두 가지 사안은 ‘북핵문제’와 ‘정전체제'”라며 “‘한반도 평화구상’은 이 두 가지 사안들을 분리시키지 않고 포괄적 융합적 차원에서 대담하게 접근하자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북핵 불용, 9·19공동성명 준수,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의 근본적 포괄적 해결을 제시하고, 국제적 협력을 다지기 위해 한미, 한중 정삼회담을 가진 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구상은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이상 남북관계에서 북핵을 덮고 가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이에 따른 한미간 마찰과 국내 갈등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하는 ‘퍼주기식 햇볕정책의 귀환’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한 ‘절충’이 모색됐을 가능성도 크다.


문 후보가 가능한 핵문제를 피해가고 싶어 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달리 핵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차기 정권의 궁극적인 과제로 분명히 제시한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교류 협력 및 대화를 꾸준히 진행했기 때문에 북핵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교류협력을 통한 단계적 통일 구상이나 노무현 정부의 평화체제 구상은 사실상 핵문제를 남북관계에서 떼어 놓고 외교적 사안 중 하나로 취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선처가 없는 한 조용히 가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북한이 핵개발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엄청난 비자금을 지원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핵실험 직후 대북지원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그럼 전쟁하자는 말이냐”며 되레 큰 소리를 쳤던 것이다. 


문 후보가 그 동안 대선 레이스에 나서면서 쏟아낸 남북관계 발언들은 상당히 위험스러웠다. 임기 내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나 이러한 발언의 연장선에서 남북경제연합을 전면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주장은 북한을 겪어본 다수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이번 평화 프로세스에서 북한을 다루는데 국제적 협력을 중시하고 북한의 핵폐기와 국제사회의 지원을 동시적으로 이행하도록 명시한 것은 대북 문제에서 다소 냉정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문 후보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남북경제연합 구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분명하지 않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핵문제나 북한의 도발 사과는 뒷전인 채 대북지원과 경제협력에 올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프로세스 발표는  결국 중도 흡수용 선거 캠페인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북한 핵무기를 머리 위에 이고 살면서 ‘남북 평화체제’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핵은 안보 위협일뿐만 아니라 폐쇄체제를 떠받치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에서 북핵은 주요 변수로 다뤄져야 한다. 이를 누락한 교류협력은 공허함만을 남기게 된다. 이러한 상식적 접근을 벗어나면 ‘우리가 협력하면 북한을 평화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햇볕 환상에 다시 빠지는 결과를 낳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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