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10·4선언’ 5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다슬 인턴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대북정책 청사진을 4일 제시했다. 북핵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이행을 동시에 논의하자는 구상이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노무현재단·한반도평화포럼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한 ’10·4남북정상선언 5주년 토론회 및 기념식’ 특별대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근원적으로 막고 있는 두 가지 사안은 북핵문제와 정전체제”라며 “‘한반도 평화구상’은 이 두 가지 사안들을 분리시키지 않고 포괄적 융합적 차원에서 대담하게 접근하자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어 “북핵문제 해결의 최종 종착지는 북한 핵 포기”라며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대결적 구조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한반도에 엄연히 존재하는 남북대결, 북미 대결 등과 함께 풀어가야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북한의 핵 포기를 남북관계나 평화체제 논의보다 우선하는 ‘북핵 우선론’을 주장, 대북정책을 폈다”며 “그러나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후퇴하고 남북대결 속에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했으며, 북한의 핵 능력은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북핵폐기·평화체제 동시 논의”…전문가 “핵은 北생존전략, 공허한 발상”
그러면서 북핵문제 해결의 3원칙으로 ‘북핵 불용’, ‘9·19 공동성명 준수’, ‘포괄적 근본적 해결’ 등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북한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만들어낸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고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북핵 폐기 과정에서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북미관계와 북일관계를 정상화하며, 남북대결구도를 해소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구상 초안 확정 ▲2013년 여름까지 평화 구상 조율을 위한 한미·한중 정상회담 개최 ▲2013년 내 평화 구상에 대한 합의 도출 목적의 남북정상회담을 실현 ▲2014년 상반기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6개국 정상선언’ 도출 ▲2014년 말까지 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기구 출범 수순을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북경제연합과 한반도 평화 구상 추진 과정에서 야당은 물론,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한반도 평화구상에 따라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면, 우리는 그때까지 한반도 평화구상을 실행해 온 기구들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기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동북아다자안보협력 본부는 비무장지대에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선(先)핵폐기 전제에 대해선 비판의 칼을 대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 계승을 밝히는 동시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폐기 프로세스에서 먼저 행동에 나서야 관계개선(평화체제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미국의 선(先)대북적대시 포기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문 후보의 구상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대북전문가는 “한국 주도로 북핵 폐기와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논의하겠다는 발상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핵을 생존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약속불이행과 입장번복을 계속해 왔다는 점에서 핵폐기 액션이 선행돼야 관련국들의 동의를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5.24조치로 우리 기업만 피해”…北도발 책임엔 無언급
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5·24대북제재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5·24조치로 직접적 피해를 입은 쪽은 북한이 아닌 우리의 기업”이라며 “개성공단 입주 업체의 어려움과 원망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사실상 폐기할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이산가족상봉에 대해서는 “금강산에 상설면회소를 풀가동해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취임하면)중단된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을 즉각 복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현 정부에 우회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 없었고, 단 한 사람의 생명도 잃지 않았다”면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아까운 희생이 있었고, 우리 국민의 재산이 파탄 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개성-해주를 연결하는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북측이 응할 것이냐고 묻자 “북한도 중국의 개혁·개방 경제를 배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북한도 경제 발전에 목말라 하고 있다. 우리가 제의를 하면 북한도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