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인 軍창건일이 괴로운 북한 군인들의 속사정

25일은 북한 조선인민군 창건 79돌이 되는 날이다.


당초 북한은 조선인민군 경비대가 창건된 1948년 2월 8일을 인민군창건절로 명명했다. 하지만 1978년 2월 조선인민군은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 투쟁 당시 조직했다는 조선인민혁명군의 직접적인 계승자라고 주장하면서 조선인민혁명군의 창립일(1932년)인 4월 25일로 창건절 날짜를 바꿨다.


창건절 변경은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북한도 ‘조선인민의 첫 주체적 혁명무력인 반일인민유격대가 창건된 날’로 선전하고 있다. 1996년 4월 23일 중앙인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국가적 명절로 격상, 모든 군인과 주민들은 25일 하루를 쉰다.


선군정치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은 이날 하루 인민군 내에서 기념보고대회와 군인집회, 경축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각 부대에서는 군사복무에서 모범을 보인 군인들에게 표창 및 승진, 군사칭호와 메달 수여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인민군은 이날을 김일성·김정일 부자 생일 다음으로 크게 즐긴다.


간부들에게는 김정일 명의로 된 선물(시계, 담요, 남방과일)이 전달된다. 김정일의 선물품목에 담요가 항상 들어가는 것은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을 할 때 산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대원들에게 자기의 담요를 덮어 주었다는 일화를 선전하기 위한 의미이다.


하전사(일반 병사)에게는 사탕, 과자 같은 간식이 공급된다. 식사시간엔 특별음식(떡, 고기, 국수 등)이 나온다.


각각의 군부대에서는 오전에 국기와 인민군기 게양식을 시작으로 각 중대별로 대열행진을 마치고 체력판정(격술, 창격, 철봉 등)과 체육경기(축구, 배구, 농구, 이어달리기 등) 등을 진행한다. 우수한 군인에게는 상품도 전달되는데, 상품으로는 수건(조선인민군 창건 OO돌 기념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칫솔, 세면비누와 부대장의 표창장이 주어진다.


점심을 먹고 난 후 군인들은 교양실에서 장기, 주패(카드놀이), 오락회 같은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휴식을 취한다.


도에서 당 간부들과 추천된 주민들이 인민대표단 자격으로 화환과 함께 주민들에게서 거둔 물자(비누, 칫솔 등)들을 가지고 부대에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엔 중대장 이상 군관들과 열성군인들이 함께 모여 식사도 하고 군민단합 체육경기도 진행한다.


저녁에는 모든 군인들이 모여 운동장에서 음악에 맞추어 군중무용(원을 그리며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것. 로씨야(러시아) 춤과 비슷하다)을 한다.


평양시 군관학교에서 군사복무를 한 최 모(38세, 2007년 탈북) 씨는 “군인들은 4월 25일 행사준비를 월초부터 한다. 체력 판정은 해마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군중무용 연습은 정말 지겨웠다”며 “운동장에서 먼지를 먹으며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반복 동작을 했다”고 회상했다.


평양 주둔 부대에선 평양에 집이 있는 군인들에게 특별외출도 승인한다. 최 씨는 “평양에 집이 있어 외출명단에 들어간 군인들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저녁 취침시간은 9시 40분(겨울 8시 40분)인데 이날만은 한 시간 늦게 잘 수도 있다.


중대 사관(사관장, 부소대장, 분대장)들은 사물고(물자창고)에서 비밀리에 술도 마시는데 군관(장교)들이 이날만은 눈감아 준다.


무산 두만강연선 국경경비대 부소대장을 하다가 탈북한 박 모(29) 씨는 “강연선에서 밀수업을 하는 민간인들에게 4월 25일 명절날 마실 수 있게 술과 과일을 해마다 부탁했다”며 “대대 보위지도원에게 들키기도 했지만 별 추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오히려 군관들도 사관들에게 중국술과 과일(수박, 바나나, 사과 등)을 부탁했었다고 한다.


4·25는 인민군의 최대 명절이기는 하지만 일반 병사들에게는 반갑지만은 않다.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행사에 동원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치기 때문이다.


양강도 9군단 4지구에서 군사복무를 한 탈북자 김 모(31세) 씨는 “군인들은 이날 행사에 지쳐 피곤해 한다. 갓 입대해 집체 모임에 익숙하지 않아 대열에 서서 조는 군인들도 있다. 이들은 잘 먹고 하루라도 푹 잤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날만은 자유시간을 줬으면 하는 것이 군인들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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