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조심’ 李통일…무슨 사연이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각국의 대응방안에 대해 비교적 거침없이 발언하던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최근 신중한 행보를 보여 그 배경이 관심이다.

이 장관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방안을 놓고 각국 간 이견이 표출되던 지난 7월만 해도 추가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무게를 실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때로는 “미국이 한다고 다 국제사회의 대의에 맞느냐는 따져봐야 한다”(7월 20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가장 위협하고자 한 나라가 미국이라면 실패로 따지면 논리적으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것”(7월 23일) 등의 발언으로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7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각종 현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대북 제재를 두고 이견을 표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사안은 정해져 있다. 외교부에서 대답드릴 수 있는 사안이 있으니까”라며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뜻을 내비치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동안 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재만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대화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온 것과 비교하면 극히 이례적이다.

이 장관이 이처럼 말을 아끼는 배경에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 온 한미 정상회담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밝혀 온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해법이 아무래도 미국보다는 중국 쪽에 비교적 가깝다는 측면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칫 미국을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진행하고 있어 말을 아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9.19 공동성명 1주년을 앞두고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한.중.일을 순방 중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임박설이 강하게 제기되는 등 각국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물밑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우리를 비롯한 각국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깜짝 놀랄 카드가 준비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과도한 기대를 경계했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당국 간 대화 재개 방안이나 이산가족 상봉 재개 방안 등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처하겠다’는 등의 원론적 답변을 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협상력을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의 카드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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