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6자회담 합의 왜곡은 신중치 못한 행동”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7일 지난 8~10일 베이징(北京)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 결과에 대한 미국 측 해석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해석”이라며 강하게 반발, 러시아와 미국 간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참석 후 귀국길에 오르면서 기자들에게 “미국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당사국 간의 합의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해석을 내리고 있다”면서 “이번 베이징 회담 내용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이미 ‘신중하지 못한’ 행동으로 간주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사국들은 6자회담 합의 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하며 이는 북한에도 해당한다”면서 “북핵 진전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6자회담 틀 내에서 이뤄져야지 우회로를 찾으려 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런 발언은 러시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계속 검증의정서를 채택하지 못함에 따라 6자회담 당사국들이 대북 중유 지원 중단에 합의했다는 주장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북핵 검증 체제가 없으면 앞으로 대북 에너지 지원을 위한 중유선적은 더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제외하고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나머지 5개국이 대북중유제공 중단을 양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음날 러시아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은 “러시아는 6자 비핵화 합의에 따라 북한에 대한 연료 공급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결코 대북 중유제공 중단에 동의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미 국무부도 15일 재차 “중유지원 중단은 공식적으로 문서로 합의한 사항은 아니지만 검증의정서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연료 선적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이해가 논의과정에서 있었다”면서 러시아 측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설전’이 첨예하게 진행되는 와중에 이번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러시아를 거들고 나섰다.

16일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수석대표 회담에서 채택된 의장성명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면서 “성명에는 참가국들이 이번 회담에서 10·3 합의에 기술된 대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와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제공을 병렬적으로 이행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중유 지원은 핵시설 불능화의 대가로 북한에 제공하는 것으로 검증의정서 채택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러시아 측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중국이 회담 결과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면서 일각에선 북핵 검증의정서 마련에 실패한 6자회담이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6자는 ‘2·13합의’에서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에 따라 나머지 참가국들은 중유 95만t에 해당하는 중유를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현재 절반이 조금 넘는 50만t 정도를 제공했다.

그동안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에 따른 지원’을 두고 당사국 간의 해석에 차이를 보였다. 한편에선 북한이 ‘이미 신고서를 제출했으니 다른 당사국들은 지원을 완료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편에선 ‘신고서에 대한 검증의정서까지 마련해야 북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맞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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