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입장과 협상전략

북핵 6자회담의 재개와 관련해 러시아는 개최 자체 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사전에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러시아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이 지난 5일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차기 6자회담이 연내에 재개되기 어렵다고 전망한 것도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서 억지로 회담을 재개할 경우 북한과 미국 간의 반목 확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을 담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향후 개최될 6자회담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을 실행한 상황에서 열리는 것인 만큼 북한과 미국간 직접적인 대화와 함께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충실한 사전 준비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물론 러시아 정부는 연내 회담 개최가 어렵다는 알렉세예프 차관의 발언이 나간 후 사흘 만에 6자회담 재개 소식이 들리면서 회담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당사국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8일 중국측으로부터 6자회담 개최일자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는 통보를 받기는 했지만 9~10일 주말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11일까지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제 5차 6자회담 개최가 토요일 오후(모스크바 현지시간)에 합의된 상황에서 러시아 외무부가 즉각 성명을 발표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측과 상의없이 지난 8일 중국측으로부터 회담 재개일정을 갑작스럽게 통보받은데 대한 불만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더 근본적인 입장은 6자회담에서 중국의 조정자적인 역할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여타 당사국들이 회담 재개에 동의한다면 러시아는 특별히 중요한 국내사정이 없는 한 이를 수긍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6자회담이 오는 18일 재개돼 2~3일동안 열린다는데 회담 당사국들이 합의할 경우 러시아도 동의를 표함으로써 최소한 회담 개최에 걸림돌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번 6자회담에서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방적인 압박은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결의를 지지했지만 한편으론 결의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되며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방편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히 지난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대북 설득을 위한 제재를 강조하면서 “향후 6자회담에서는 지난해 9.19 공동성명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논의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9.19 성명 채택 직후 북한이 미국측의 금융제재의 덫에 걸려 핵프로그램 포기, 평화공존이라는 9.19 성명의 대의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당국자들도 회담 개최도 중요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미국과 북한에 유연성을 가질 것을 주문하면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에는 일관되게 부정적으로 대응해왔다.

결국 러시아는 2~3일간 진행될 향후 6자회담이 큰 성과를 내기는 힘들겠지만 북한과 미국간 대화의 여지를 만듦으로써 갈등의 수위를 낮추고 향후 좀더 세밀한 회담 개최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