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무르주가 김정일에 준비한 빵과 소금

러시아의 국수(國樹)는 자작나무이다. 자작나무는 러시아의 국화인 해바라기보다 더 러시아적이다. 시인 최하림은 자신의 러시아 여행기에서 러시아 작가들은 시베리아의 검은 몽상을 경험하고 작가가 되는데 그 곳은 자작나무 숲 사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작가들은 자작나무 숲을 지나 작가로 태어난다고 최하림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러시아에는 자작나무의 날도 있다. 자연백과를 보니 암수 한그루인 자작나무는 4, 5월 사이에 꽃을 피운다고 나온다. 러시아인들은 자작나무 꽃이 피고 한 달이 지나 여름을 맞이하면서 자작나무의 날이라는 민속 명절을 샌다. 이날은 외부 손님들에게 빵과 소금을 대접하는 전통이 있다. 환영의 의미라고 한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일은 21일 러시아 아무르주 노보부레스키 마을에 도착해 현지 여성들에게서 빵과 소금을 대접 받았다. 전통의상을 입고 활짝 웃는 여성들이 케잌 형태의 빵을 대접하자, 김정일도 반가운 표정을 지은 것 같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 고위급 교류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음식이 바로 이 빵과 소금이다. 방문국은 외빈에게 자국의 노동자들이 즐겨 먹는 빵과 소금을 공항에서 대접한다. 사회주의 집권 정당들은 노동자 계급을 대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이념적 연대감을 공유했다.  


생전 김일성이 1984년과 1986년 러시아를 방문할 때도 빵과 소금을 대접 받았다. 북한 당국은 이를 사회주의적 연대를 과시하는 행사라며 내부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김정일이 이번에 대접 받은 빵과 소금은 러시아 전통 행사의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중도 노선(때론 중도우파)을 걷는 메드베데프 정권이 북한과 이념적 연대를 과시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지나친 중국 의존을 탈피하려는 의도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러시아는 사회주의 정권도, 동맹국도 아니다. 우방으로서 협력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중국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상대는 더욱 아니다.


러시아 방문의 첫 번째 목적은 경제 지원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과거 수십억 루블을 지원해 북한의 공장과 국민경제시설을 복구한 소련이 아니다.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김정일 방문에 즈음해 밀가루 5만톤을 북한에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배고픈 김정일은 이 정도라도 감지덕지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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