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기회는 없다…盧, 할말은 하고 오라

3일 오전 9시 30분, 오후 2시에 잇따라 노-김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도 의제가 투명하지 않아 불안한 측면이 없지 않다. 2000년에도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6.15공동선언 1, 2항에 ‘우리민족끼리 통일’ 문구가 들어갔다. 이후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전략에 말려들어 남한은 많은 경제지원을 해주고도 북한에 시종 끌려 다녔다.

노대통령은 평양도착 성명에서 ‘평화정착, 경제발전의 실질적인 진전’을 강조했다. 지난 8월 8일 남북이 동시 발표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문’에는 ‘6.15공동선언에 기초하여 평화와 민족공동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는…’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김영남 위원장의 목란관 건배사에도 ‘조국 통일, 민족번영’이 암시되었다. 압축하면 이번 회담은 ‘(조국)통일문제’ ‘평화체제’ ‘경협(민족번영)’이 주요 의제가 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통일문제를 거론하며 노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를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통일문제는 6.15 선언 2항에서 더 나아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회담이 진행되면서 결국 ‘평화체제’ 및 ‘남북경협’이라는 이름의 경제지원이 의제의 두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빠진 남북만의 회담에서 실질적인 한반도평화체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때문에 GP소초 수 줄이기, 휴전선의 쌍방 재래식 군비 일정거리 후퇴와 평화지대화, 서해 공동어로 등이 ‘평화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평양회담은 7년 만에 맞는 남북정상 간의 두 번째 회담이다. 이젠 진정으로 남북간의 기본문제를 거론할 때가 됐다. 지금 남북간에 놓인 기본문제는 통일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개혁개방이다. 북한이 개혁개방 하면 먹고사는 문제를 비롯하여 북한주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북한주민의 인권문제 해결의 기본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또 북한의 개혁개방은 남북간 체제의 공통성 확보와 한반도를 둘러싼 실질적인 평화정착에 기여하게 된다. 남북정상회담도 결국 ‘남북한 사람들이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행위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은 ‘우리가 진정으로 도와줄테니 중국, 베트남처럼 개혁개방 해서 북한주민들을 제대로 먹여 살리자’는 이야기를 김위원장 앞에서 터놓고 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노대통령은 핵문제도 정면에서 거론하는 것이 옳다. 북핵문제는 국제문제이기도 하지만, 노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비핵화 선언을 지키고 있으니 북한도 지켜라’고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는 빨리 푸는 게 좋으며, 남북간 교류는 적어도 편지, 전화, 고령자 이산가족 자유왕래의 3통(通)은 하자고 제의해야 한다.

또 ‘21세기 대명천지에 정치범 수용소가 아직 있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말도 노대통령 특유의 어법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근본문제를 김위원장 면전에서 하기 어렵다고 변죽만 울리면 남북간 최고위 정치회담으로서의 격(格)이 떨어지게 된다. 남북간 정상회담은 한번 성사되기가 매우 어렵다. 노대통령은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할 말은 해야 한다. 나중에 대통령 퇴임하고 나서 ‘그 때 그 말 할 것을…’ 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

노대통령은 김정일이 눈 앞에서 있어도 김정일을 보지 말고 그 뒤의 2300만 북한 인민을 보라. 그리고 북한이 개혁개방되고 민주화된 날의 모습을 떠올리며 김정일과 대화하라. 그러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앞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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