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NK 선정 2008 北 10대 인기상품

시장은 이제 북한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됐다. 북한 도시 가구 중 70%는 장사나 이와 연관된 수공업, 운수업 등으로 먹고 산다. 장마당이 잘 돌아가면 먹고 살기가 수월하고 그렇지 않으면 살기가 어렵게 됐다. 배급 시스템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북한 일반 주민의 경제는 사실상 시장 경제가 전부라 해도 무방하다.

장사는 기본적으로 경쟁 시스템이 작용하기 때문에 크게 성공하는 사람도 나오지만, 장사 요령이 부족하거나 보안원들의 단속과 물건 강탈로 실패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이 시장 실패자들 중에는 사실상 재기 방법이 없어 탈북이나 범죄 가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시장 활성화는 북한 주민의 가치관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당과 국가보다 ‘개인중심’의 사고가 확산됐고, 오직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북한 당국이 ‘40대 이상 여성 장사 금지’ 등의 포고를 내려 보내지만 주민들은 이 생존 공간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데일리엔케이’는 2008년 북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10대 상품을 선정, 북한 내부의 변화 추이를 종합해봤다.

▲ 北 가내수공업의 효시 ‘인조고기밥’

2000년대 이후 북한의 대표적인 거리음식은 얇은 두부에 밥을 말아 만든 ‘인조고기밥’이다. 북한주민들은 ‘인조밥’이라고도 부른다. 인조고기밥은 밥에 양념을 버무려 두부 말린 것으로 겉을 말아서 만든다. 손가락 두 개쯤 넓이에 길이는 어른 손 한 뼘정도로 겉에는 다시 양념을 바른다. 인조고기밥은 북한 어디서나 쉽게 사먹을 수 있다. 시장 주면 노점상 골목이나 버스역, 기차역 주변에는 늘 인조고기밥 장사를 하는 여성들이 있다. 1개당 북한 돈 100원~150원이다.

역시 인기를 끄는 거리음식으로는 ‘기름 꽈배기’와 ‘빵’이 있다. 모두 개인들이 집에서 만들어 거리 좌판에서 판다. ‘기름 꽈배기’는 손가락만한 두께의 20cm 크기가 1개 100원 정도다. 빵은 1개 300원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거리 음식으로 옥수수 국수가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시장을 모두 상설화하면서 길거리 국수장사는 감소했다. 현재는 한 그릇에 북한 돈 800~1,200원으로 한끼 식사로 옥수수 국수를 사먹을 정도면 북한에서는 그래도 먹고 살만한 사람으로 통한다.

▲ 자동차 밧데리가 북한을 밝힌다

북한 주민들이 자동차 배터리를 선호하는 것은 북한 당국이 주로 전기 소비량이 적은 낮에 전기를 보내주고 밤에는 완전히 정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민들의 TV 시청이 몰리는 저녁 8~9시부터 새벽12~2시까지 전기 공급을 차단하기 일쑤다.

주민들은 조금이라도 전기가 들어오는 낮 시간에 밧데리를 충전시켰다가 저녁시간에 이용한다. 12볼트(V) 밧데리 1개면 TV 시청이나 30와트(W)짜리 백열등 한 개 정도는 충분히 가동할 수 있다. 주민들이 자체로 만든 변류기(직류를 교류로 전환하는 장치)를 이용하면 전력소모가 많은 컬러TV 시청도 가능하다.

밧데리 개수도 부(富)의 측정단위다. 간부들은 각 방마다 밧데리를 설치해 마음껏 전기를 쓴다. 혹시나 주민들의 신소(민원)로 검열을 당할까봐 각 방마다 두터운 커튼을 설치해 빛이 새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 전기 밥가마의 한류열풍 쿠쿠밥솥

올해 북한 부유층 사이에서 한국산 ‘쿠쿠(Cuckoo)전기압력 밥솥’ 소유 여부가 부유층의 재력을 평가하는 신종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쿠쿠 밥솥의 북한 상륙은 중국 동북 3성 지역의 인기가 북한 내부로 확산된 것이다. 수입 중국 쌀이나 외부 원조 쌀의 유통이 많은 북한에서는 쿠쿠밥솥 하나면 찰지고 기름진 햅쌀 밥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쿠쿠’가 전기압력밥솥의 대명사처럼 통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쿠쿠밥솥이 이른바 ‘따이공’으로 불리는 보따리 상인들에 의해 중국으로 넘어간 후 다시 북한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같은 쿠쿠 밥솥이라 하더라도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과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가격이 다르다.

중국산은 북한 돈 40~70만원(한화 12~23만원) 수준인 반면, 한국산의 경우 80~120만원(한화 25~38만원)까지 한다. 쿠쿠 밥솥 1개가 농촌에서는 집 한 채 값이다. 일반적으로 4인 가족이 2년간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 옥수수를 마련할 수 있는 거액이지만 “없어서 못판다”는 것이 내부소식통의 전언이다.

▲ 여행 때만 사용하는 전기면도기

전기 사정이 어려운 북한에서 전기면도기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부의 상징이 되기 때문이다. 전기 사정이 그나마 개선되는 여름철에 많이 이용한다.

전기면도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늘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내구성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장이나 여행 때 혹은 외지 동원 작업에 나가는 남성들은 꼭 전기면도기를 챙긴다. 집에서는 보통 중국산 1회용 2날 면도기나 재래식 면도칼을 사용한다.

전기면도기는 북한제품도 있지만 시장에 진열된 물건들은 대부분 중국산 제품이다. 중국산 제품 중에는 ‘모토로라’라는 상표를 달고 있는 제품도 있고, 한국산임을 암시하기 위해 한글로 상표를 붙인 제품도 있다. 중국산 전기면도기 가격은 북한 돈 2만~4만원 수준이다.

▲ 조선 남성들의 진정 한 멋 ‘정장구두’

구두는 북한에서 명절날 김일성 동상에 인사드리려 갈 때나, 김정일 충성모임, 각종 정치행사에서 참석해야 하는 남성들의 필수 아이템이다. 1990년대 경제난 직후 부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으나 이제는 일반 노동자 농민들이나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많이 애용되고 있다.

딱딱한 굽에 광이 나는 일반 남성구두는 북한에서 자체 생산하지 못한다. 가죽 원료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대체로 인민보안서 보안원, 국가안보위부 보위원, 인민군 군관들 공급용 구두만 생산하는데 질기지만 몹시 딱딱하다.

일반 주민과 대학생이 신는 구두는 대부분 중국산이며 일부는 라진-선봉의 대중(對中) 합자기업에서 생산된 것들이 있다. 가격은 신발의 질에 따라 3만원부터 10만원까지 다양하다.

▲ 경제난 속에서도 호황 누린 ‘여성용 화장품’

북한에서 여성들의 화장품과 치장용 악세사리는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평양을 비롯한 도(道)급 도시에서는 인조 속눈섭까지 등장했다. 주로 중국산 화장품이 주류를 이루며 한국산 화장품인 것처럼 한글 상표를 달고 있는 ‘짝퉁’ 제품도 많다. 평양, 남포, 원산, 신의주에는 일본산, 유럽 제품까지 있다.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북한제 ‘명품’ 화장품 ‘봄향기’는 김정일이 여성 군부대를 시찰하거나 예술인들의 공연을 보고 선물로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북한 시장에서는 북한 돈 2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제품이다. 생산량이 적어 일반인들은 사용하지 못한다.

도시의 일반 여성들이 사용하는 중국산 저가 화장품 로션이 북한돈 2천원~4천원, 파운데이션이 3천원~5천원이다. 립스틱은 500원짜리도 있지만 보통 1천원~2천원 사이의 제품이 대중적이다. 겨울철에 인기를 모으는 핸드크림은 3천원~5천원 사이다.

▲ 북한 최고의 국가독점생산품 ‘하나전자 녹화기’

북한의 하나전자합영회사는 원래 북한의 집단체조나 예술 공연을 담은 CD와 DVD를 제작해 해외로 수출하던 회사였으나 2005년부터 DVD플레이어도 생산하고 있다.

하나전자 DVD 플레이어가 북한 시장을 석권하게 된 과정에는 국가의 ‘독점정책’이 크게 작용했다. 북한 주민들은 VTR 재생기나 DVD 플레이어를 통칭 ‘녹화기’라고 부르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담은 CD, DVD가 유행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녹화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중국에 친척방문을 다녀온 여행객들이 하나둘씩 가지고 들어왔지만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지자 외화벌이 회사들이 대량으로 중국산 녹화기를 수입하기 시작해 2006년에는 시장마다 중국산 녹화기가 넘쳐났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2006년 말부터 중국산 녹화기의 수입을 일체 금지하고 하나전자 녹화기 판매에 주력했다. 하나전자 제품은 동급 중국산 제품보다 20~30% 이상 비싼 가격으로 국경 공업품 상점에서 팔리다 이제는 시장의 개인 상인들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가격은 대당 북한 돈 13만원~15만원 수준. 다만 하나전자 제품은 인민보안서의 검열에서 자유롭다는 잇점이 있다.

▲ 평양의 신세대라면 ‘MP3’는 있어야

청소년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MP3가 유행했다. 대부분 중국산 저가 제품이지만 평양을 위주로 최신형 제품들도 판매되고 있다. 제일 가격이 낮은 것은 북한 돈 3만원, 비교적 좋은 제품은 6만원 정도다. 10만원을 넘는 제품과 15만원이 넘는 MP4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생들은 언어 공부하는 데 기본적으로 많이 쓰고, 청소년들 속에서는 MP3, MP4를 노래하는데 듣는다.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사진 찍는데도 쓴다. 청년들은 새로운 것에 민감하니까 이처럼 신제품에도 관심이 많다.

평양에는 전체 청소년 중 10%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P3를 듣고 다니면 거리 규찰대가 단속을 하기 때문에 한국 노래를 듣지는 못한다. 그러나 친구들끼리 한국 노래 파일을 주고 받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한 풍경이 아니다.

▲ 자전거는 기본, 이제는 ‘오토바이’ 시대

최근 북한의 주요도시들에 오토바이가 부쩍 늘었다. 특히 중국과 밀수가 용이한 국경지역에서는 농촌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북한에서 오토바이는 주로 중장거리 장사에 많이 이용된다. 실례로 가을철 1kg당 북한 돈 200만원을 호가하는 ‘개구리 기름’의 경우, 도시 장사꾼들이 직접 농촌지역을 돌며 사들인다. ‘개구리 기름’은 고급 약재로 전량 중국으로 수출된다.

북한의 오토바이는 대부분 중국산이며 일본산 중고품도 적지 않다. 보통 중고 오토바이는 북한 돈 150만원~250만원, 125cc 신제품의 경우 5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여성용 스쿠터도 있는데 대부분 중고품이며 가장 싼 것도 50만원 이상이다.

▲ 중산층의 필수품 ‘레자’, 빈곤층의 필수품 ‘비닐’

9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북한 주민들의 주거 상황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레자와 비닐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90년대 말 시멘트 종이나 노동신문으로 방 바닥을 깔고 살았던 북한 주민들은 이제는 점차 레자로 바꾸고 있다. 레자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장판이다.

비닐도 빼놓을 수 없다. 북한에서 비닐의 사용 용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겨울철 방풍·방한에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겨울철 집에서 물을 데워 목욕을 할 때도 큰 비닐에 물을 담아 몸을 담근다. 비닐 원료가 부족해 한국처럼 흔하게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비닐봉지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비닐은 두께와 너비에 따라 대략 4~5가지가 시장에서 팔리고 있으며 미터당 북한 돈 최저 150원에서 최고 500원에 팔린다. 레자는 거의 대부분 중국산 제품으로 두께와 탄력성에 따라 미터당 최저 북한돈 3천원에서 1만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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