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철강재 고철될 위기

정부가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북한에 제공키로 했다가 6자회담 합의이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시장에 내놓은 철강재 3천t이 ‘고철 대접’을 받을 상황이다.

북한의 에너지 관련 설비용으로 ‘맞춤제작’된 제품이다 보니 국내 규격에 맞지 않아 제값을 주고 사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대가로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이 중유 100만t 상당을 지원키로 한 2007년 6자회담 2.13 합의 이행의 일환으로 북에 줄 자동용접강관 3천t을 작년 10월말 생산했다. 생산비는 약 46억여원이었다.

그러나 제공 시기를 저울질하던 정부는 작년 12월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핵 검증의정서 채택이 무산되자 제공을 보류하다 지난 5월25일 북한의 제2차 핵실험 후 공매처분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6월말부터 최근까지 총 8차례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을 통해 진행한 철강재 공매는 모두 유찰됐다. 응찰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 ‘고철가격’ 수준의 액수를 써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6월말 첫 입찰을 하면서 감정 결과를 근거로 입찰기준가(3천t 전량)를 생산원가의 60%선인 28억2천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이제는 그 액수의 절반이라도 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할 판이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18일 “북한의 에너지 설비용으로 생산한 것이다 보니 국내 수요자들이 원하는 규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해외쪽에서 수요자가 있는지도 타진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철강재가 11개월 가까이 창고에서 잠을 자는 동안 하루 50만원인 보관비용도 1억5천만원 이상으로 불어나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고철값’을 받고 파느니 향후 6자회담이 재개돼 북핵 2.13 합의틀이 복원될 일말의 가능성에 대비, 철강재 처분을 유보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까지 나온다.

당초 6자회담 2.13합의와 후속 합의에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는 북한의 핵시설 폐쇄 및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상응조치 차원에서 중유 50만t과 중유 50만t 상당의 에너지 관련 설비를 북한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 합의에 따라 미국.중국.러시아는 자국에 할당된 지원분(각 중유 20만t 상당) 제공을 끝냈으며 한국은 자동용접강관 3천t을 포함, 중유 5만5천t 상당의 지원 분을 남긴 상태에서 지원을 중단했다.

일본은 자국민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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