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반체제운동 처벌 ‘긴급조치 4호’ 위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인복)는 16일 북한 체제를 찬양·고무하고 긴급조치 4호를 비방한 혐의(긴급조치 1·4호 및 반공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추 모(83) 씨에 대한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긴급조치 4호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위헌이므로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어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판결 당시 폐지됐다 하더라도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돼 효력이 없는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무죄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이 경우에는 면소를 할 수 없고 무죄 선고를 해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지난 4월에는 긴급조치 9호에 대해 각각 위헌 판결한 바 있다. 긴급조치 4호에 대한 위헌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긴급조치 1호는 유신헌법 비방과 유언비어 날조·유포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이고, 4호는 민청학련 등 단체 가입 및 관련 활동을 금하며 위반 시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해 비상군법회의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1975년 5월 선포된 긴급조치 9호는 집회·시위 등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추 씨는 지난 1973년 경 지인들에게 “세계에서 세금이 없는 나라는 오직 북한밖에 없는데 남한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도 볼 수 없었던 민생고의 시달림이 있다” 등의 발언을 해 대통령긴급조치 제 1·4호 위반과 반공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1974년 8월 같은 해 8월 열린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추 씨는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되면서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와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4년 3개월을 복역하고 풀려난 추 씨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지난 2009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 2009년 “긴급조치 1·4호는 위헌·무효이고 반공법 위반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추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이 긴급조치 4호에 대해 위헌·무효를 선언하면서 과거 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나 유족은 다른 재심사유에 대한 증명 없이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 및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