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선의 일기⑨ ] “ 달리기 시작한 열차 ”

▲ 낡은 열차는 천천히 달리고

그날 밤 짐을 정리한 우리들은 숙부님과 같이 안주(安州)역에 나갔습니다. 「신의주 발 청진행」열차를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역에 나가보니 거기에는 먹을 것을 구하러 가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숙부님은 그 중에서 무산으로 가는 사람을 찾아 우리들을 부탁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우리 남매의 손을 꽉 잡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잡았던 손을 놓는 것으로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사람이 빡빡하게 들어찬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나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가 없었습니다. 아마 오빠의 기분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둘이서 묵묵히 창 밖만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나타내주기라도 하듯.

낡은 열차는 천천히 달리고, 달리는가 하면 또 멈추고, 이렇게 되풀이하며 가는 도중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희선, 희선~아! 일어나~”

오빠의 목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내다봐 평원(平原)이다~”

아직 잠이 가시지 않은 눈을 비비며 창 밖을 내다보니 밖에는 어느새 날이 새고 있었습니다. 한때 우리 가족이 단란하게 살던 평원의 그리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조용히 잠자고 있는 귀중한 장소입니다.

“아버지 어머지 안녕히 계세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뒤돌아보니까 어느새 오빠의 어깨도 떨리고 있었습니다.

둘만 남겨지다

강냉이 가루에 풀과 감자를 섞어 만든 떡 몇 개와 돈 120원이 숙부님이 우리들에게 쥐어 준 전부였습니다.

우리들은 도중에 「평양발 무산행」열차를 바꿔 타고 함경남도 고원(高原)역에 도착했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떡은 모두 먹어 없어졌습니다. 열차가 몹시 느려서 고원까지 가는데 4일씩이나 걸렸기 때문입니다.

아직 반 정도의 갈 길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다른 승객들이 어린 우리들을 보살펴 주었지만 그들도 먹을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산에 도착할 때까지 5일간 우리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배가 고프다…’

이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으면 어머니가 계실 때의 일들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가족 전체가 환영해 준 나의 생일, 아버지와 어머니의 웃는 얼굴, 그리고 식탁에는 맛있는 많은 음식들…

이제라도 손이 닿을 것 같은 음식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입니다. 눈을 뜨자 거기에는 사람이 꽉 차 있는 열차 안, 나는 배가고파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고아에 불과했습니다.

간신히 열차가 무산역에 도착했을 때는 캄캄한 방중이었습니다. 뱃속이 텅 비어있던 나는 열차에서 내린 후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땅 바닥에 고꾸라져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안주에서부터 같이 온 사람이 나를 안고 일으켜 주었습니다.

“괜찮은가… 힘내라..”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나와 오빠는 아는 사람이라곤 없는 무산에 둘만 외로이 남게 되었습니다.

The DailyNK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