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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시민단체와 양심 있는 지식인들 사이에서 UN인권위원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친북단체들은 정부가 대북인권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평화네트워크>가 14일 발표한 ‘유엔인권위원회 대북결의안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살펴보면, 북한인권문제를 바라보는 이들 시각의 문제점이 극명히 드러나 있다.
북 인권실태 객관적 증거타령, 언제까지 계속되나?
이들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하는 첫째 이유를 “우리는 북한인권결의안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에 기반하여 작성되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결의안에 담긴 북한인권 침해실태에 대한 구체적 지적은 작년 2차 북한인권결의안에 따라 임명된 비팃 문탓폰(Vitit Muntarbhoun)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제출한 보고서를(1년간 북한인권 실태 조사) 근거로 이뤄졌다.
비팃 보고관은 북한 당국의 거부로 북한을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중국, 몽골, 동남아에 있는 탈북자들과의 직접 인터뷰 및 각국 정부, 국제인권단체와의 면담을 통해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해왔다.
비팃 보고관뿐 아니라, 북한인권 NGO들의 조사에서도 한국에 입국한 6,000여 명 탈북자들과 중국 내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의 북한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증언은 거의 일치하고 있다.
또한, 이번 인권위에서는 ‘회령 공개처형 동영상’ 상영과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600명의 명단공개와 함께 수용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 등 실질적 증거들이 제출됐다.
북 인권 외면, 친북단체들의 정치적 의도 숨어있다.
이들이 결의안에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북한이 결의안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UN인권위의 결의안 상정과 그 내용이 북한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을 가져올 최적의 방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친북단체들의 자가당착적 오류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가 전세계적으로 ‘공식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문제 해결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유럽 및 서구사회에서는 민주주의 체제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인권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기본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단체들은 김정일 정권의 ‘주권’을 옹호하기 위해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주민 생존권 보장 위해 대북 지원 투명성 높여야
다음으로 그들은 “UN인권위 결의안은 여전히 생존권과 평화권 그리고 발전권 등 포괄적인 인권 개선 방안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무조건적인 대북식량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10년째 대북식량지원을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사정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답은 간단하다.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이 독점하고 있는 원조물자 분배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한편 미국, 일본, 유럽의 각 정부들과 국제단체들은 북한 당국이 주도하고 이는 분배가 보다 더 투명해진다면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反인륜적 범죄, 국제사회 개입 당연
북한은 국가기관이 나서서 자국민들을 탄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국가주권우선주의’라는 논리 뒤에 숨어서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독재정권의 범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국제법과 인권조약들을 만들어왔다. 이는 개별국가의 주권보다 보편적 인권의 가치가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는 현 시대의 상식과 국제사회의 합의를 반영하는 것이다.
독재자가 말하는 ‘평화’는 어두운 범죄를 감추는 위선의 언어가 된다. 때문에 독재자를 위해 ‘평화’를 말하는 것은 ‘위선’보다 더 큰 ‘위악’이다. ‘고의’든 ‘과실’이든 간에 북한인권문제를 은폐, 축소하려는 친북단체들의 행적은 이제 독재와 공범이 되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