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언급한 “북한 불신·거부감”이란?

노무현 대통령은 3일 오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첫 단독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 지도부의 남한에 대한 불신이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남측이 신뢰를 가지고 있더라도 북측은 아직도 남측에 여러가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예를 들면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불신감과 거부감을 어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오늘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북측의 ’불신감과 거부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경협을 중심으로 한 우리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이 북한을 개혁.개방해 결국은 체제 붕괴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북한 지도부의 의심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엄존한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도 햇볕정책에 대해 북측은 북한체제의 붕괴를 겨냥한, 본질적으로 반북대결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불신과 거부감을 나타냈고, 이때문에 김대중 정부는 공식적으론 ’햇볕정책’이라는 표현을 자제했었다.

북한은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경제난 해소를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남북경협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경협의 폭을 조심스레 넓혀오고 있으나, 경협이라는 당근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불신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햇볕정책이라는 말이 유래된 이솝우화에서처럼 결국 햇볕을 쪼여 북한의 무장해제와 이를 통한 흡수통일을 노린 것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우리는 개성공단을 ‘개혁과 개방의 표본’이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우리식 관점에서 우리 편하게 얘기한 것이 아니었나. 북측이 볼 때 역지사지 하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고 강조한 데서 북한 지도부의 이같은 불신을 역력히 읽을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을 하루빨리 확대.성공시켜 경제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어 최전방인 개성의 군부대를 뒤로 물리고 남측의 여러가지 요구를 해결해주는 등 적극성을 보였는데, 주춤하는 상황은 남측 ’탓’이라고 보면서 남측의 진의에 의심을 가질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우리는 개성공단을 아주 만족하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북측이 속도의 문제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데서도, 개성공단이 신속히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 대한 북측의 불신이 오전 회담에서 표출됐음이 엿보인다.

북한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남측에 대해서 뿐 아니라, 미국 등 서방의 경제지원을 독이 들었을 수 있는 ’당근 정책’으로 보면서, 각종 지원과 협력을 통해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이념과 사상의 무장해제를 노리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 4월5일 북한 노동신문은 “제국주의자들은 원조와 협조, 차관 등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에 대한 경제적 지배와 예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제국주의자들이 선심이나 쓰는 듯이 제공하는 원조, 차관을 받아들였다가 정치적 예속의 올가미에 걸려든 나라들의 현실이 그것을 웅변으로 실증해 주고 있다”고 경계한 것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향후 남북한이 서로의 불신을 털어내는 것이 남북경협을 발전시키고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관건임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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