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농업협력 물꼬 터지나

7년만의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재 ‘개점 휴업’ 상태인 정부 차원의 농업협력 사업도 활기를 띨지 주목된다.

농림부는 일단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기보다 지난 2005년 남북농업협력위원회에서 합의된 뒤 진전이 없는 사항들을 실무 차원에서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의제를 검토하고 있다.

◇ 정부간 협력 ‘정체’, 민간 교류 ‘활발’

13일 농림부와 농업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 2005년 8월 남북 양측은 개성에서 1차 남북농업협력위원회를 열어 ▲ 협동농장을 통한 육묘시설.비료.농약.농기계.영농기술 지원 ▲ 현대적 종자생산 및 가공.보관.처리시설 지원 ▲ 우량 유전자원 교환, 재배기술 개발 협력, 병해충 관리체계 구축 ▲ 축산.과수.채소.잠업 분야 협력 ▲ 공동 양묘장 조성과 산림병해충 방제 등의 기본 협력 방향에 합의한 바 있다.

또 당시 이같은 사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실무 협의를 개최키로 했으나, 이후 지금까지 북측의 소극적 태도로 2년이 지나도록 실무 접촉 한번 갖지 못한 상태다.

반면 민간 부문에서는 최근 수년동안 ‘협동농장’ 형태의 활발한 농업 교류가 진행돼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농림부 등에 따르면 현재 북한과의 농업 협력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대북지원단체와 지방자치단체는 약 20곳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북한 각 지역 농장과 결연을 맺고 모종, 농기자재, 영농기법 등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통일농수산사업단은 북한 금강산지역 강원도 고성군 삼일포 협동농장에서 지난 2004년 60㏊ 규모의 협력 시범사업을 시작한 뒤 금천리 협동농장을 포함해 인근 11개 협동농장으로 사업대상을 늘려왔다.

대상 농지 면적도 2005년 약 700ha에서 지난해에는 1천110ha로 넓어졌다. 한해 70여차례, 500여명이 방북해 ▲ 두벌 농사 ▲ 벼 우량농자 시험재배 ▲ 기계화 재배 ▲ 친환경 벼농사 ▲ 양돈기술 연수 등의 분야에서 지원, 교류하면서 북한 지역 영농 기반 마련과 수익사업 개발을 돕고 있다.

그 결과 쌀 생산이 예년보다 30%이상 늘었고, 1ha당 2.5~3.0t 수준이던 생산성도 사업 이후 3.5~4.0t으로 증가했다. 비료 부족 등으로 어려웠던 두벌 농사도 2004년 3ha의 20배가 넘는 70ha에서 지난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한민족복지재단은 평안남도 숙천군 약전리 협동농장 800㏊ 땅에 새로운 영농기술인 ‘복토직파법’을 전수하고 있다. 이 농법은 모심기(이앙) 없이 발아된 볍씨를 직접 땅에 심고 비료를 뿌린 뒤 흙을 덮는 방식의 파종법을 말한다.

지난 3월에는 남북 협동농장에서 생산된 북한쌀 8t이 국내로 들어오기도 했다. 한민족복지재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경남통일농업협력회 등의 지원에 대한 답례로 북한 농장들이 협력사업의 결실인 쌀을 보내온 것이다.

◇ 농업협력 실무협의체 구성이 최우선 과제

남북 당국간 농업 협력이 진척되지 못하는 것은 북한측이 부담없고 자신들의 기대수준에도 부합하는 민간부문 교류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박현출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은 “북한측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추정컨데 민간이 아닌 정부 차원의 협력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주민 삶의 기본인 ‘먹거리’ 문제에 있어 공식적으로 남한 정부가 자신들의 농업 현장에서 지도.지원 활동을 펼치는 것이 껄끄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영훈 농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당장 규모가 큰 사업을 원하지만 우리 정부는 작은 규모부터 단계적 추진을 생각하는 등 서로 기대 수준의 차이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될 큰 줄기의 몇 가지 경협 의제에 농업 부문이 포함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 국장은 “관계부처 차관들로 구성되는 준비기획단에서 농업 관련 의제도 검토할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 부처간 협의와 북한과의 조율을 거쳐야하므로 농업 협력 방안이 최종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지는 알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의 식량 생산 기반 확보라는 기본 목표가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간 협력 사업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며 “농업협력이 다시 추진된다면 지난 2005년 합의한 사항을 중심으로 실천 방안이 우선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차 남북농업협력위원회 이후 2년여만에 실무진 협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연구위원도 “무엇보다 농업 협력에 관한 실무협의체, 실무기구 구성이 급하다”며 “이를 통해 서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민간 부문 사업에 대해 정부가 간접 지원을 늘리는 것도 남북한 농업협력을 확대하는 실질적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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