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추위 의제와 전망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가 3일부터 열리면서 어떤 의제를 놓고 3박4일에 걸친 협상을 벌일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경추위는 과거의 다른 경협위보다 예측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남북이 지난 달 25일 하기로 했던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이 하루 전 군사적 보장조치 미비 등을 이유로 북측이 일방적으로 무기연기를 통보함으로써 무산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후 우리측은 “납득될 수 없는 처사”라며 군사적 보장조치 미비는 북측 책임이라는 입장을 전했고 북측 군사회담대표단 대변인은 시험운행에 대한 남측의 정략적 이용을 주장하며 책임을 떠넘기면서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또 우리측이 지난 달 19일 경협위 4차 위원급 실무접촉에서 합의 직전까지 갔던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을 열차시험운행과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자 북측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전통문에서 “졸렬한 태도”라고 문제삼으며 감정까지 격해진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경협위에서도 작년 7월 남북이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에 합의한 이후 경협 회담의 주된 흐름을 이끌어온 우리측의 열차시험운행 관철 의지와 북측의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이 충돌할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회담 테이블에서 열차시험운행 무산에 대한 책임 공방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칫 공방이 거듭될 경우 열차시험운행을 놓고 날 선 대치 상태를 이어가다 다른 의제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지 못한 채 회담이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회담에 참석하는 북측 대표들이 열차시험운행에 합의하고 이를 철석같이 보장한 ‘주역’들이라는 점에서 4일 전체회의에서는 북측의 강경한 입장을 반복하겠지만 접촉과정에서는 실리적인 태도로 나올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문제의 본질이 북측 군 당국의 군사보장조치에 있는 만큼 북측 대표단이 군부로부터 확실한 다짐을 받아서 제주도에 오지 않는 이상은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곧바로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물론 열차시험운행에 대한 확답이 없는 한 연간 제공액수가 수백억원이나 되는 신발, 의류, 비누 등 3대 경공업 원자재의 대북 제공방안을 합의문에 집어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악화된 국내 대북 여론과 강화된 북측 군부 입장을 동시에 감안해야 하는 만큼 곤혹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북 여론을 감안한다면 열차시험운행에 대한 재합의 없이는 경공업협력 등 지원성 대북 카드를 쓰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은 나머지 의제들의 논의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18차 장관급회담 때 미리 정해 놓은 이번 경추위 의제로는 열차시험운행과 경공업-지하자원 문제 뿐 아니라 한강 하구 골재채취 문제, 민족공동 자원개발 문제, 개성공단 건설사업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을 연결하는 남북한 경계선 인근의 한강 하구에서 모래를 채취하는 사업은 북측 군부를 경협사업에 유인할 수 있는 핵심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측이 내심 기대를 걸고 있어 보인다.

민족공동 자원개발은 지하자원의 보고인 함경남도 단천을 자원개발 특구로 정해 함께 개발하자는 것으로 북측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개성공단 건설 사업과 관련해서는 향후 개발계획은 물론 1단계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제기되는 북측 노동력의 원활한 공급방안도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이와 함께 공동으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 채널을 만들자는 논의를 이어가고 경협 의제 가운데 합의해 놓고 이행되지 못한 대표적 사안에 해당하는 임진강 수해방지 문제도 재론할 방침이다.

임진강 수방사업은 임진강에 폭우가 올 때마다 우리측 경기 북부지방에 수해가 생기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2000년 8월 제2차 장관급회담부터 논의된 장기 미제.

작년 12월 북측이 자체 조사결과를 전해 왔지만 공동조사는 아직 못했다.

하지만 열차 시험운행 외에도 임진강 수방사업, 개성공단 통행.통관 원활화 문제, 한강하구 골재채취 사업 등 대부분 경협 현안이 군사적 보장조치에 걸려 있는 만큼 이들 의제의 진전은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에 연동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북측에서는 우리측이 지난 달 제12차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합의해준 철도 자재장비 40억∼50억원어치의 제공을 요구하고 나아가 쌀 차관 50만t 제공문제를 제기하겠지만 열차 시험운행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경추위는 그 어느 때보다 전망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회담 목표를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며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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