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는 승리 후 나누겠다.”
남북 남녀축구가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축구선수권대회 2차전에서 각각 대결을 벌인다.
15연패 뒤 사상 처음으로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섰던 여자 대표팀이 먼저 이날 오후 5시15분 남북대결을 갖고, 이어 8시부터는 중국과의 1차전 졸전으로 궁지에 몰린 남자 대표팀이 북한을 상대로 명예회복에 나선다.
남북간의 진한 동포애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는 되겠지만 그렇다고 승리마저 양보할 수는 없는 상황.
우승 길목에서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남북남매의 맞대결은 이번 대회의 백미가 될 전망이다.
◇본프레레호 = 자존심 회복 미룰 수 없다.
남자 축구가 북한과 만난 건 지난 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한국 3-0 승) 이후 12년 만이다. 국내에서는 90년 10월 잠실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한국 1-0 승) 이후 15년 만이다.
물론 객관적 전력에선 한국이 앞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1위, 북한은 91위에 올라 있으며 역대 전적에서도 5승2무1패로 한국이 우세했다.
하지만 현재 사정은 쉽게 한국의 승리를 점치기 힘들다.
한국은 중국과의 지난 1차전에서 간신히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본프레레 감독의 지도력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상황인 반면, ’젊은 피’로 재무장한 북한은 강철체력을 바탕으로 최근 3연패를 당했던 일본에 설욕전(1-0 승)을 펼치며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본프레레 감독은 이번 북한전 선발 라인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 김상식 대신 공격 성향이 짙은 김두현을 세우고, 스리톱 라인의 좌우 측면 공격을 정경호-이천수에게 맡겨 최전방 이동국의 골사냥을 돕게 할 계획이다.
중국전에서 페널티킥 실축으로 체면을 구긴 ’라이언킹’ 이동국은 “북한은 투지가 좋고 많이 뛰는 팀이다. 중국처럼 골을 넣으면 수비위주로 경기를 펼칠 것이 틀림없는 만큼 반드시 득점 기회를 살려 선제골을 넣도록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른쪽 발가락 부상 중인 한국 축구의 희망 박주영의 출전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춘석 코치는 “훈련량이 적은 데다 부상 부위에 통증이 아직 남아 있어 감독이 아직 출전 여부를 결정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주영은 지난 2일 실시된 훈련에서도 슈팅은 물론 대부분의 볼터치를 왼발로만 했고 주전급들의 전술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안종관호 = 중국 격파의 상승세 잇는다.
개막전에서 15년만에 처음으로 만리장성을 넘은 한국 낭자들도 아시아 최강팀 북한과의 부담스런 일전을 치른다.
1990년 아시안게임에서 0-7로 패배한 한국은 이후 단 한차례도 북한을 이겨 본 적이 없다. 6번 싸워서 한번 비겨본 게 고작이다.
북한은 비록 ’간판 스트라이커’ 진별희가 무릎부상으로 이날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지만 리금숙(4.25), 박경순(리명수)의 공격력이 살아있고 리은숙, 김단실 등이 포진한 허리라인도 튼실하다.
특히 오하시 히로시 일본 감독이 지적했듯, “전방위적인 압박 수비”와 빠른 템포의 축구는 한국에게는 여전히 부담이 된다.
하지만 15년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제압한 ’역사의 도시’ 전주에서 남측 낭자들은 또 한번 여자축구의 ’새 역사’를 쓴다는 각오다.
지난 중국전에서 멋진 힐킥으로 죽의 장막을 무너뜨린 박은선이 그 선봉.
박은선은 수비수 2-3명을 달고 다닐 만큼 개인기가 좋은데다 스피드가 뛰어나 북한의 빠르고 응집력있는 수비를 상대하기에는 제격이다.
다만 고질적인 허리부상으로 풀타임 소화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 ’옥에 티’.
하지만 지난 중국전에 결장한 송주희의 몸상태가 좋아지고 있어 윙백을 보던 차연희가 다시 공격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차연희는 지난 중국전에서 특유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 상대 진영을 마구 휘저으며 안종관 감독에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라는 칭찬을 들은 바 있다.
안 감독은 “북한이 강팀 이긴 하지만 약점도 있다. 일본전에서도 드러났듯 좌우 뒷 공간을 열어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