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군사회담 왜 필요한가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우리측이 무게를 두고 있는 의제 중 하나가 군사당국자회담의 조기 개최 문제다.

양측이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는 내용 중 대표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남북은 지난 6월 15차 회담때 “제3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을 백두산에서 개최키로 하고 구체적인 날짜는 쌍방 군사당국이 정하기로 했다”고 한 데 이어 9월 16차 때에는 “군사당국자회담이 개최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합의했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6월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우리측의 장성급 군사회담 제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16차 때 인식을 같이 한 군사당국자회담은 국방장관회담까지 포괄한다.

우리측은 3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먼저 개최한 뒤 2000년 9월 1차 회담에 이어 차수가 멈춰 있는 국방장관회담까지 열어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 한 발짝 더 나아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군사회담의 파급효과가 남북관계에 머물지 않고 동북아 안정과 평화에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이 낳은 9.19 공동성명에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은 물론 동북아 안정에 대해 언급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례로 작년 6월 16∼30일 임진강 말도∼판문점 구간을 시작으로 3단계에 걸쳐 진행돼 지난 8월 마무리된 군사분계선(MDL) 선전물 철거 작업은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의 결실이었다.

군사회담은 이처럼 평화 정착을 위해 중요하지만 경제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을 위해서도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측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제협력 확대 노력이 선순환한다면 평화와 번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군사회담이 열리지 못하면서 경협에서부터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 분야의 ‘미이행 합의사항’ 가운데 대부분이 군사적 보장조치 확보 문제에 막혀 진전을 보지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사업과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개성공단 통행문제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서해상 남북 공동어로를 통해 긴장완화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수산협력은 진척이 더딘 합의사항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철도의 경우 10월 중에 시험운행을 하기로 합의해 놓고 이행되지 못했다.

그에 앞서 작년 9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철도연결 구간 개통을 2005년 동시에 진행하고 2004년 10월부터 복원된 구간에서 열차시범운행에 들어가기로 합의했지만 둘 다 성사되지 못했다.

임진강 수해방지사업은 2000년 8월 제2차 장관급회담부터 논의된 장기 미제에 해당한다. 임진강 유역에 폭우가 올 때마다 우리측 경기 북부지방에 수해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제안된 것이다.

그 후 장관급회담과 경협위의 단골 의제로 등장, 작년 3월 8차 경협위를 거쳐 그 해 4월 현지조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임진강 수해방지 합의서를 타결한 데 이어 지난 7월 10차 경협위에서 8월 하순에 공동조사에 합의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이 역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측은 이에 따라 이번 회담기간에 군사회담의 개최를 계속 촉구할 예정이다.

특히 정 장관은 14일 기조연설에서도 경협 활성화를 위해서도 군사당국자회담이 하루 빨리 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10월말 11차 경협위 당시 북측 대표단이 자신들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내부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회담에서 확약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 안팎의 상황이 6자 간의 9.19 공동성명 이후 진전되기 보다는 오히려 북미 간 금융제재 문제나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범죄정권’ 발언 등으로 엉키고 있는 점에 비춰 북측 군 당국의 결단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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