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신동호 위원장

“분단 상황에서도 민족의 정신적 창조물은 남북이 함께 지켜나가야 합니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신동호(42) 위원장은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저작권 보호를 포함한 남북 문화교류를 이렇게 평하고 “그 과정에서 쌓인 신뢰는 경제적 이득을 넘어 통일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현재 재단 산하 남북저작권센터 대표이사로 북한 출판물의 저작권을 남한에 활발히 중개하고 있다. 이 센터는 남북 저작권 교류의 ’공식 창구’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신 위원장이 남북 저작권 교류에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원에서 북한문학을 연구하면서부터였다.

“예전에는 북한 책이 표지만 달리한 채 복사본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어요. 아무리 북한과 냉전 상태에 있고 분단돼 있지만 ’이건 도둑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2000년 홀로 불법유통되고 있는 북한 출판물 500여 권을 조사, 같은 해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북한 대사관을 찾아갔다.

도서저작권 교류를 제안하기 위한 첫 시도였다. 결국 현지에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에 조사자료를 팩스로 전달하는 정도로 일단락됐다.

신 위원장은 다음해 금강산 통일축전 실무진으로 참여하고 평양을 방문하면서 ’6.15 이후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할 일이 많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에는 남북교류가 너무 이벤트 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했다”며 “일상적으로 남북이 만나 경제.문화 교류를 할 수 있는 통일운동단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북청년경제문화협력재단(현 경제문화협력재단) 설립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경제문화협력재단은 2004년 1월 설립과 함께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와 저작권을 포함한 협력사업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북한도 2003년 4월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인 ’베른조약’에 가입하고 이듬해 저작권사무국과 ’평양 지적제품 봉사센터’를 개설하는 등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였다.

이후 벽초 홍명희(1888-1968)의 소설 ’임꺽정’에 대한 20년 간 저작권료가 북측에 지불되고 북한과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은 소설이 국내에 속속 소개됐다. 재단은 또 소설 ’황진이’에 대한 영화각색권을 양도받고 방송.음반 저작권, 상표권, 도서관 협력사업까지 교류 폭을 넓히고 있다.

“요즘은 북녘 작가들 사이에 남쪽에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경쟁이 붙을 정도예요. 장철순 북측 저작권사무국 부국장은 좋은 쩨마(테마)를 선택해서 부럽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합니다. 저작권은 공장을 지을 필요도 없고 장기간 지속 가능한 사업이죠.”

신 위원장은 올해 조선왕조 4대 관찬사료 가운데 하나인 ’비변사등록’ 완역판(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 번역)과 ’고려의학서 전집’(전50권)을 펴낼 계획이다.

그는 동시에 북녘의 생태환경을 보존하면서 북한의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흔히 기본 인프라가 부족해서 북한과 경제협력이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런 개발 위주의 사고가 북한을 후진자본주의 개발 모델로 몰아가고 있어요. 북한이 IT(정보기술), 애니메이션, 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생태환경국가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교류를 강화해야 합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 위원장은 이어 “남북의 신세대는 서로 추억을 공유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다채로운 문화교류를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추억거리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1984년 강원고 재학 시절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시(詩) ’오래된 이야기’가 당선됐으며 1990년 ’오월문학상’을 수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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