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北김정일 건강미스터리

축구경기 관람, 두 군데 군부대 시찰, 이어 공연 관람.

11월 초순부터 이어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왕성한’ 공개활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강 미스터리’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도리어 몇가지 새 가지를 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4일과 11일 대학축구 경기 관람과 여성포중대 시찰 보도를 제외하면 그의 최장기 은둔 기록에 육박하는 80일간 ‘얼굴없는 통치’를 하다가 지난 2일 군부대 축구경기 관람보도를 계기로 쏟아낸 증명사진들을 통해 ‘정상적인’ 근황을 외부에 공개했다.

지난달 대학축구 경기 관람은 사진없이 보도됐었고, 여성포중대 시찰 사진은 너무 확연히 과거의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었다.

이에 비해 북한 언론 매체들이 지난 2일 보도한 김 위원장의 북한군 축구경기 관람 사진과 5일 제2200군부대와 제534군부대 시찰 사진, 6일 국가공훈합창단을 비롯한 중앙예술단체의 공연 관람 사진들은 일부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신빙성있는 그의 근황 증명자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불쑥불쑥 사망설까지 낳았던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그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외부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고, 그의 권력 장악엔 이상이 없으며, 다만 뇌관련 질환의 특성상 그의 건강문제는 앞으로 늘 대북정책에서 상정해야 할 상수라는 것으로 일단 정리되고 있다.

▲정보 `과장’ 가능성 = 최근 공개된 사진들로만 판단하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당초 알려진 뇌관련 수술설에 비해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뒷짐을 지고 훈련을 참관하거나 걸어가는 사진, 오른팔을 치켜들거나 오른팔을 어깨 약간 위로 쳐든 채 군간부들에게 얘기하는 모습, 남녀 군인과 얘기하는 장면, 특히 잔디밭 위에서 오른손 손바닥을 들어 아래에서 받치 듯 든 왼손 손바닥을 치는 박수 모습 등 사망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상황을 무색케 한다.

일부 정보소식통들 사이에선 우리 정부를 비롯해 자국 의사가 북한에 들어간 프랑스 등 관련국 정보기관들이 김 위원장의 와병설 초기에 증세를 너무 확대해석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을 본 전문의들중 일부도 당뇨가 있을 경우 작은 혈관이 막히는 경미한 뇌경색이 오기도 하는데 특별한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회복될 수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뇌혈관계 이상으로 치료를 받았더라도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뇌출혈이나 뇌졸중 등으로 수술받았다면 머리카락를 밀었을 것인데 사진상 평소와 별 차이없는 헤어스타일은 수술 후 3개월의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강남성모병원 김영인 신경과 교수는 “뇌출혈이 발생했더라도 출혈량에 따라선 굳이 수술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동영상이 공개되어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겠지만 정사진으로만 본 김 위원장은 왼팔이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의사표현 등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뇌혈관계 이상이 생겼지만 수술을 받지는 않고 약물로 치료했으며, 처음엔 좌반신에 마비가 왔으나 신체회복이 매우 빨라 현재는 왼다리는 풀리고 왼팔과 왼손만 부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합성조작 가능성 = 하지만 북한이 최근 내놓은 사진들중 상당수는 `진짜’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많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최근 건강이 상당히 호전되기는 했지만 왼손과 왼팔의 마비는 여전하고, 보행 등의 동작을 할 때는 부축없이 혼자 움직이려면 장애를 감출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축구경기 관람 사진 중 관람대 실내에 앉아있는 사진은 실제 사진일 수 있지만, 야외에서 걸어가거나 선채로 오른 손을 들어 간부들에게 뭔가 얘기하는 사진 등은 과거의 것이거나 합성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걷지 않고 선 채로 있거나 왼팔과 왼손의 움직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그의 마비상태를 쉽게 알아채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군인들 앞에서 활보할 수 있는 건강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군부대 시찰 때의 단체 사진은 계단에 도열한 군인들과 김 위원장의 사진도 군인들과 김 위원장을 별도로 찍어 합성했을 수 있으며, 실제 북한은 과거 김 위원장의 건강이 정상적일 때도 이런 방식으로 시찰 대상 기관 등의 소속원들과 단체 사진을 찍어 나눠주는 일이 흔했다고 고위층 탈북자들은 말했다.

축구경기나 공연 관람은 군중에게 등장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이뤄질 수 있어, 중앙예술단체의 공연을 관람하거나 군인들의 훈련 모습과 축구경기 등을 관람대 실내에서 보는 사진들은 ‘진짜’일 수 있으나 많은 군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움직임을 담은 사진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9일 “어쩌면 북한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외부보다는 내부 주민들 사이에 퍼지는 것을 막고 정상통치를 하고 있음을 확신시키는 것이 더 다급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외부 세계에서 믿든 말든 내부 주민들에게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공개행보 연출과 사진 공개 등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당뇨 등 지병과 나이를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정상적인 건강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이 정신적으로는 문제없이 정책 결정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며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눈을 떼지 않으면서도 대북정책은 정상적인 북한체제를 상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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