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평양대마방직회장

최근 남북관계 개선 흐름을 타고 있는 개성공단 업체들이나 대북 지원단체들과 달리 평양을 비롯해 북한 내륙에서 비교적 큰 규모로 협력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여전히 정부의 방북 규제조치에 발이 묶여 있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달말 준공 1주년을 맞는 평양대마방직의 김정태 회장은 15일 “우리 공장은 10년 가까운 시간을 들인 끝에 평양에 교두보를 확보한 남북합영 1호 기업인데 정부의 방북 불허 조치로 준공 1년이 되도록 정상가동하지 못한 채 고사직전에 있다”며 이들 업체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그는 평양대마방직을 포함해 평양 등 북한 내륙에서 사업하는 남측 업체를 약 500개로 추산하고 “이들 업체는 20년전 노태우 정부 때부터 정부의 사업승인을 받아 북한에 진출했는데 이들 업체에 대한 방북 불허는 개성공단 업체들의 방북은 물론 대북 지원단체들에 대한 제한적 허용에 비춰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 임의로 사업활동을 막는 것은 남북교류법에 비춰봐도 근거가 없고,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화를 가속화시키는 근시안적 사고”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 그는 “남북 당국 모두 민간경협을 정치적 논리로 재단하고 억제해선 안된다”면서 “앞으로 민간경협 활성화를 위해선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통일부가 감당하기는 무리이므로 정부, 기업, 금융이 참여하는 남북경협 지원 전담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남북경협교류회장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지난 6월 대북 사업자 100여 명이 서울에 모여 발기인 대회를 가진 `남북경협경제인총연합회(가칭)’의 임시의장도 맡고 있다.

평양 선교구역에 자리 잡은 평양대마방직은 김정태 회장의 안동대마방직과 북한의 새별총회사(총회장 리명준)가 절반씩 투자해 공동 경영하는 공장으로 삼베를 비롯해 비단, 수건 등 각종 섬유제품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평양을 비롯해 북한 내륙에서 사업하는 업체들의 개황은.

▲1988년 당시 남북관계를 `적대’에서 `공동 번영’으로 전환한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후 분단 40년만에 북한산 모시조개가 수입돼 국민들의 밥상에 올랐다. 이후 섬유 등 임가공 업체들과 농수산물 교역업체들이 진출, 지난해말 현재 임가공 사업 등록자는 160여개, 교역 사업은 380여개이고 합작 및 합영 형태의 협력사업은 약 80여개인데 실제로 활동하는 업체는 어림잡아 모두 500개로 추산된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이들 업체는 지난 20년간 약 100억달러의 무역고를 올렸고, 무역의 승수효과를 3배로 보면 이것이 우리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30조원 이상이다. 정부가 이런 기업을 활용하기는 커녕 방북 불허로 사실상 기업활동을 중단시킨 셈이다.

–이들 업체의 가동 현황은.

▲방북 불허조치에도 중국 단둥을 통해 임가공 사업은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고 교역사업도 침체는 됐지만 농수산물 반입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실질적 피해자는 우리같은 협력사업자들로 40여개 업체가 존폐 위기에 다다랐다. 총 투자규모는 2천억원 정도에 제조, 농수산물, 골재, 지하자원 등의 업종이다. 방북을 하지 못하니 남측이 기술지도를 하지 못하고 불량품이 나와도 어찌 할 도리가 없으며 북한으로 원자재 등 물품 반입이 이뤄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방북 규제로 인한 현지 사업의 어려움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나.

▲평양대마방직의 경우 원자재인 대마를 평안북도 신의주, 평안남도 평성, 평양 직할 시내, 황해도 해주 사리원 등 24군데 협동농장 600만평에서 재배토록 했다. 대마 수확 때 껍질을 제대로 벗기기 위해 기술지원을 했어야 하는데 방북 불허로 이것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이번 추수때 수확량이 예상보다 60%나 줄어들었다. 농민들에게 대금을 1.5배나 비싸게 지불했음에도 절대 물량이 적어 농민들 수입도 손실이 났다. 다음에 농민들이 대마를 재배하지 않으려 할까봐 걱정이다.

20여억원을 빌려 공장을 준공했는데 매출이 안돼 자금이 고갈 상태다. 보증을 선 집사람도 이번주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한마디로 지금은 고사 직전이다.

–방북 불허는 핵실험 등에 따른 대북 제재 측면이 있는데.

▲근시안적 사고다. 우리나라는 원자재의 97%를 수입해야 한다. 아연괴의 경우 북한에서 직접 사지 않으면 중국이 북한에서 산 것을 우리가 마진을 주고 사야 한다. 무연탄, 마그네사이트, 몰리브덴, 철광석 등 북한산 광물이 알게모르게 중국을 경유해서 들어온다. 문제는 (대북 사업을) 막을 수록 중국으로 부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의 합작상대인 북한의 새별총회사는 제재명단에 올라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사실상 ‘비공식’ 제재를 가하는 셈인데 그러면 우리 기업들이 고사하게 된다.

–북한 경제의 대중 의존도를 어떻게 보나.

▲생필품은 거의 예속상태이고, 지난해 중국의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방북이후 큰 규모 일감들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번에 원자바오 총리가 다녀오고 나서 겨우 2천만달러 주고 나진항도 결국 중국이 획득하지 않았는가. 북한도 중국을 견제하려 하지만 지금은 중국으로 몰려갈 수 밖에 없다. 북한의 지하자원만 3천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지금은 금값도 뛰었으니 훨씬 가치가 클 것이다.

세계적 기업인 GE인터내셔널의 페르디난도 베칼리-팔코 회장이 지난해 2월 북한이 남한의 성장동력이라 말했듯이 항만철도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 통신 등 수많은 일감을 생각할 때 북한은 우리의 실제적 경제파트너로 우리가 국민소득 4만달러로 가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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