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시종 밝은표정, “환자도 아닌데”

전날(2일) 노무현 대통령이 환영만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위해 건배합시다”라고 건배사를 제의한 것을 들어서일까…3일 오전, 첫 정상회담을 위해 백화원 영빈관을 찾은 김정일의 얼굴엔 어제보다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전날 4·25문화회관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식에 나타난 김정일의 모습은 창백한 얼굴과 갸우뚱한 걸음걸이로 건강 이상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첫날 남측 언론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놓고 ‘건강 이상설’이 강하게 제기되자 이를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이날 오전 9시 27분 힘찬 걸음으로 백화원 영빈관에 들어선 김정일은, 3분 앞서 마중나와 있던 노 대통령과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김정일은 영빈관 입구에서 “잘 주무셨습니까”라고 인사를 건넸고 노 대통령은 “잘 잤습니다.숙소가 아주 훌륭합니다”라고 말했다.

권양숙 여사와도 인사를 나눈 김정일은 “이 숙소에서 김대중 대통령도 주무셨습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김정일은 회담장으로 이동하던 중 영빈관 안 벽에 걸려있는 ‘바닷가에 파도가 치는 대형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때 김정일 옆으로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권오규 재경부총리가 나란히 서있었다.

김정일은 손짓을 동원해가며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주도했고, 남측 수행원들을 바라보며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정일은 또 회담장 입구에 미리 진열돼 있던 남측이 준비한 선물을 보고서는 흐뭇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노 대통령이 경남 통영의 나전칠기로 만든 12장생도 8폭 병풍에 대해 설명하자 병풍을 직접 만져보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라디오 스타, 취화선, 말아톤, 혈의누 등 한국영화들이 포함된 DVD 세트에서 눈길이 멈추기도 했다. 선물을 다 둘러본 김정일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측대표단에게 건넸다. 회담장에 들어서기 앞서 권양숙 여사에게 “다음에 뵙겠습니다”고 인사했다.

김정일은 회담장에서도 활기있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커다란 탁자를 사이로 남측 대표단과 마주않은 김정일은 특유의 큰 손짓을 자주 사용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일은 “김대중 대통령은 하늘로 오셨는데, 대통령께서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육로로 오셔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제 스스로 넘으면서 감동을 느꼈다”며 “도로 정비가 잘 되어서 불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했을 때 평양 시민들이 따뜻하게 맞아줘 마음속으로 감사하다. 위원장께서 직접 나와주시고 해서…”라고 사의를 표하자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있을 수 없잖습니까”라며 남한 언론을 의식한 듯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테이블 밑으로 손을 숨긴 남측 대표단과 달리 김정일은 테이블 위에 두 손을 깍지낀 상태로 대화에 임했다. 대화 도중 손을 자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회담 전 환담 장면만 보아서는 김정일이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34분께 시작한 정상회담은 2시간 가량이 흐른 11시45분께 종료됐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양 정상은 심도있는 토론을 했고, 더 많은 대화를 위해 오후 2시30분에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후 정상회담 재개에 따라 당초 예정돼 있는 노 대통령의 일부 오후 일정은 순연되거나 부분적으로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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