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스타일’엔 변함없어

7년의 세월에 김정일 위원장의 외모는 변했지만 ’예측불허’ ’거침없는’ 등의 형용이 붙는 스타일은 변함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영접할 때 무표정과 활기없는 동작을 보여 시선을 끌었던 김 위원장은 3일 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과정에서 자신만의 행보와 발언 스타일을 여지없이 발휘해 ’불변’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오전 정상회담이 당초 10시께 예상됐지만 30분 앞당겨 회담장이자 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나타나 회담도 30분가량 앞당겨 열렸다.

그는 특히 오후 2시45분 영빈관에서 속개된 2차 정상회담에서는 “내일(4일) 오찬을 평양에서 여유있게 하시고 오늘 일정들을 내일로 늦추는 것으로 해 모레 서울로 돌아가시는 게 어떠냐”고 전격 제안했다.

이 제안이 그냥 한번 던져본 것인지, 아니면 실제 연장을 생각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제안 배경이 획기적 내용의 합의 가능성이냐 단시간내 해소하기 어려운 이견 때문이냐 등의 분분한 추측을 낳으면서 평양 남측 대표단과 서울의 지원팀을 긴박감 속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회담 말미에 김 위원장은 “충분히 대화를 나눴으니 (연장) 안 해도 되겠다. 남측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본래대로 합시다”라며 자신의 제안을 철회해 긴장했던 만큼 김을 빼기도 했다.

국제적인 의전관례를 벗어난 김 위원장의 예측불허의 행보를 유감없이 보여준 순간들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전날 영접 행사에서 보여준 딱딱하고 무덤덤한 표정 대신 이날 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시종 부드럽고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농담을 던지는 등 자신의 개성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첫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체류 연장 제안에 즉답하지 않고 참모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대통령께서 그걸 결심 못 하십니까. 대통령이 결심하시면 되잖아요”라고 직설적으로 반문했다.

농담이든 아니든 ’김정일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준 화법이다.

김 위원장은 오전 노 대통령과의 회담 첫 머리에선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노 대통령이 전날 직접 영접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내가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 있을 필요 없지요”라고 대답해 회담장에 잔잔한 웃음이 일게 했다.

전날 노 대통령을 영접할 때 쇠약해 보인다는 남측 언론 및 외신 보도와 그동안 외부에서 제기된 자신의 건강 이상설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2000년 정상회담 때도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게 “구라파 사람들이 나를 은둔 생활한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김 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는 말로 자신에 대한 서방세계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는 효과를 거뒀다.

김 위원장은 또 전날 딱딱했던 자세 대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 노 대통령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을 섞어가며 말하는가 하면 심지어 노 대통령의 팔을 두어 차례 건드리면서 활기찬 대화를 나눴다.

노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깍듯한 예우는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지속됐다.

애초 남측은 노 대통령이 오후 회담 때도 오전과 마찬가지로 현관 앞에서 김 위원장을 맞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북측은 “장군님께서는 무례하게 대통령님을 여러 차례 멀리까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는 뜻을 밝혀 노 대통령의 영접 위치가 회담장 앞 복도로 결정됐다.

김 위원장은 또 첫 정상회담에서 수해로 인해 노 대통령이 이용한 도로의 사정이 좋지 않은 데 대해 미안함을 표시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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