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가능성 대두

미국이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함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로 앞으로 6자 외무장관 회담으로 격상돼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 등 굵직한 현안들이 논의될 가능성이 커 북-중 양국 정상 차원의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 이후 지금까지 4차례 중국을 방문했으며, 2006년 1월 중국을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12일 “북핵 불능화 완료에 따른 테러지원국 해제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김 위원장이 주변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판단하고 중국 방문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향후 회담에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정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현안들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양국 정상들이 서로 만나 밀도있는 논의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이 의회에 테러지원국 해제를 통보한 이후 추가조치가 뒤따르지 않자 중재자로서 중국의 역할에 회의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정권 수립 60돌 기념행사에 중국의 고위급 정부대표단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북중 양국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미국이 북한과 막판 협상을 통해 핵불능화 절차를 마무리짓고 양측이 한발 씩 양보해 검증계획에 합의, 테러지원국 삭제가 이뤄지면서 양국간 미묘한 갈등이 봉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자신의 건재를 과시할 수 있는 카드로 중국 방문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테러지원국 해제 이전에도 이미 가능성 차원에서 거론됐던 얘기.

중국 정부계통의 한 한반도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와병설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효과를 노리고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이후 중국 방문을 결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한때 베이징에서 나돌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되면 내년으로 수교 60주년을 맞는 양국관계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의 목표를 미국과 적대관계 청산에 두고 있는 만큼 북-미 수교 협상과 그 전제조건으로 북-미 평화협정, 남-북-미 평화협정 체결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혈맹을 자처하는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각자 구상을 제시하고 ‘패’를 맞춰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북-미 수교가 이뤄질 경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는 등 비핵화 진전 과정에서 동북아 정세에 대비해 현재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로 규정되는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다. 북중 양국은 2009년을 ‘북중 우호의 해’로 정해 양국 간 교류 협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된다면 북핵 6자회담 향후 일정을 비롯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상 문제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로 그간 국제사회의 비판과 국내의 반대를 의식해 머뭇거렸던 대대적인 대북원조에 나설 명분을 얻게 됐고 북한도 이런 점을 적극 활용,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려고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합의한 양국의 경협 프로젝트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양국은 제2압록강대교 건설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고 조속한 시일 내 착공한다는 데 합의했으며, 제2압록강대교와 연결되는 신의주-평양 간 고속도로 건설문제에 대해서는 꽤 구체적 수준의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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