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박수·뒷짐·보행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군 축구경기를 관람한 데 이어 군부대 두곳을 잇달아 시찰함으로써 건강을 상당히 회복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음을 과시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 매체들의 김 위원장의 ‘활발한’ 외부활동 보도는 대내외적인 ‘건재’ 과시용으로 보이지만, 특히 미국의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 직전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미 메시지 가능성도 주목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5일 새벽 김 위원장이 제2200군부대와 제534부대 직속 구분대를 잇달아 시찰했다고 보도한 뒤 날짜와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군인들과 함께 촬영한 단체사진 2장을 공개한 데 이어 조선중앙TV도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두 부대를 찾아 훈련을 참관하는 사진 14장을 포함해 총 28장의 사진을 내보냈다.

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은 부대 군인들이 계단 위에 정렬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맨 앞줄 중앙에 서 있는 이른바 ‘집체사진’이다.

지난 2일 공개됐던 북한군 축구경기 관람 사진에서는 김 위원장의 왼손이 부자연스럽게 무릎에 올려져 있거나 상의 주머니에 걸쳐져 있어 ‘건강이상’을 방증하는 것으로 지적됐으나, 이번 2장의 단체사진에선 이를 의식한 듯 왼손도 주머니 밖으로 내려뜨린 ‘차렷’ 자세를 취했다.

특히 중앙TV가 내보낸 14장의 김 위원장 사진에는 그가 뒷짐을 지고 훈련을 참관하거나 걸어가며 오른팔을 치켜들거나 오른팔을 어깨 약간 위로 쳐든 채 군간부들에게 얘기하는 모습, 각각 남녀 군인과 얘기하는 장면, 특히 잔디밭 위에서 오른손 손바닥을 들어 아래에서 받치 듯 든 왼손 손바닥을 치는 박수 모습이 포함돼 있다.

모두 축구경기 관람 사진의 어색한 모습에 대한 지적을 의식한 사진들로 보이지만, 왼팔을 곧게 어깨 수준으로 쳐든 사진은 없다.

그러나 뒷짐, 보행, 박수 사진은 지난 8월14일 군부대 시찰 보도 이후 83일만에 처음 공개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회색 파카에 옅은 갈색 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굽이 높은 구두 대신 밑바닥이 편평한 구두를 신었다.

수행 간부들과 부대 지휘관들은 군복을 입었으나 김 위원장만 건강을 감안한 듯 요즘 날씨에 비해 두툼해 보이는 파카 차림이다.

북한은 장기간 실종됐던 김정일 위원장의 외부활동에 대한 보도를 재개한 이후 보도 때마다 남한 언론 등이 제기하는 의문점들을 다음 보도에서 해명하는 모양을 보였다.

지난달 4일 김 위원장의 대학 축구경기 관람보도만 있고 사진이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해 남측 언론이 의문을 제기하자 북한은 일주일 뒤인 11일 시찰 날짜를 밝히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이 여성포중대를 시찰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사진 속 수목 등의 상태로 미뤄 촬영시기가 건강이상설이 제기되기 전인 7∼8월께로 보인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자 북한은 이달 2일 북한군 축구경기 관람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 속 풍경은 가을 색이었으나 부자연스러운 김 위원장의 왼손과 왼팔이 부각돼 왼쪽 마비설이 굳어졌다.

박수를 치거나 두 팔을 움직이며 수행 간부들에게 얘기하던 과거 모습과 달리 왼손을 왼쪽 허벅지에 늘어뜨리듯 올려놓고 있거나 오른손을 든 채 얘기하면서 왼손은 외투 주머니에 엄지손가락을 살짝 걸쳐놓은 장면 때문에 ‘좌측 부전마비’ 증상이라는 전문의들의 소견이 제기됐다.

그러자 북한 매체들은 5일 새벽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소식에 이어 다양한 포즈의 김 위원장 사진들을 무더기로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군부대 시찰 사진 역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흔적을 감추지 못했다.

강남성모병원의 김영인 신경과 교수는 “사진상 김 위원장은 오른팔을 치켜들기도 했지만 왼팔은 한차례도 들지 않았고, 박수를 칠 때도 오른손은 손바닥을 쭉 폈는데 왼손은 손가락이 구부러져 있는 점이 눈에 띈다”며 “박수도 왼손을 받쳐들고 오른손으로 때리는 식이어서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둔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으로도 김 위원장의 신체이상 흔적을 최대한 감추는 선에서 군부대와 민간시설 시찰, 공연이나 경기관람 같은 공개행보를 계속 연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정보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축구경기를 관람한 장소는 호위사령부가 관리하는 평양시 강동군의 김정일 초대소이며, 관람 시기는 평양 하늘이 맑았던 지난달 10월23일부터 25일 사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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