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리더십 위기오나

북한이 군부의 불만을 이유로 남북간에 25일로 합의한 경의선.동해선 철도시험운행을 전격 취소함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문이 불거지는 배경에는 25일 시험운행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확고했다는데 있다.

제12차 남북철도.도로연결실무접촉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4차 위원급 실무접촉에서 남측 정부는 북측에 대해 군사보장합의서 없이도 시험운행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을 여러차례 북측에 타진했고 북측도 행사는 반드시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 당국자는 “사실 북측의 갑작스런 행사 취소통보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여러차례 행사 가능성을 물었음에도 북측의 행사개최 의지는 분명했다”고 어이없어해 했다.

결국 남북관계를 책임지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내각 등에서는 이번 행사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만큼 군부의 ’딴죽걸기’가 취소의 원인임을 추론할 수 있다.

제4차 장성급회담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설정 문제에 대한 진전을 기대했던 북한 군부가 남측의 완강한 태도로 진전이 없자 남북관계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점은 남북간 철도시험운행이 사안의 성격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가 없이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북한의 행태는 김 위원장이 당과 내각의 보고로 시험운행을 결정했다가 군부의 반대의견이 올라오자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자가 정확한 상황보고를 받고 심사숙고해 정책 결정이 이뤄지면 추진력을 가지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오락가락하는 이번 결정은 김정일 리더십의 위기로 부를만 하다는 것이다.

비단 남북관계와 관련된 정책결정 뿐 아니라 내부경제개혁조치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강온파의 대립 속에서 과감한 자신의 결정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내각이 7.1경제관리 개선 조치 일환으로 개인 투자에 의한 주택 건설을 허용하고 주택 일부를 개인에게 유상분양하는 등의 각종 개혁조치에 대해서도 북한 군부는 ’사회주의를 말아먹는 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은 내부 경제개혁 조치에서도 내각이 제시한 방안에 승인을 했다가도 군부 측근들이 체제 고수 등을 내세워 반대 의견을 올리면 다시 번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간부들이 당정책 집행에서 혼란스러워 하곤 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오락가락’ 정책결정은 간부들이 경제개혁과 남북관계 등을 과감히 추진하는데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을 뿐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실리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중국의 특구지역을 방문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가 무엇인지 헷갈릴 뿐”이라며 “단순히 시찰만으로 중국처럼 경제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며 기본적인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신뢰를 쌓아야만 국제사회의 지원과 투자를 받아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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