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친구가 인권지도자 될 수 있나

▲ 1986년과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엘리위젤

1987년 12월 13일. 대선 유세를 벌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나는 세계에서 여러분이 상상하고 있는 이상의 큰 존재로 사파로프, 바웬사와 더불어 세계 3대 인권지도자”라고 역설한 바 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그는 그로부터 10년 뒤 대통령에 당선됐고, 역사상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대업(大業)을 이루었다. 한반도 민주화와 인권, 남북화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로 알려진 그는 세계적인 우려를 사고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 만큼은 묵묵부답(默默不答)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계 3대 인권지도자’로 자신을 추켜세우던 그는 북한주민의 인권에서만큼은 ‘작은 존재’가 돼버렸다.

DJ의 발언과 행보는 최근 북한인권에 발 벗고 나선 세계 인권지도자들과 비교된다. 지난달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유엔 대북인권결의 표결을 하루 앞둔 16일(현지시각)에는 유엔에 북한인권 청원서를 제출,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촉구한 엘리 위젤, 바츨라프 하벨, 헬 망네 본데비크가 그들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하거나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DJ를 이들과 같은 반열에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작가로 문학을 통해 폭행·증오·억압에 반대해온 위젤은 이날 “세계 시민들은 자유를 갖지 못한 자들을 위해 싸울 의무가 있다”며 북한인권 개선에 전세계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주민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며 세계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체코 민주화의 봄을 이끌었던 하벨 체코 전 대통령과 재임시절부터 비민주화된 가난한 나라를 도울 임무가 있다고 주장해온 본데비크 노르웨이 전 총리는, 세계 시민으로서 북한주민의 인권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행동에 나선 그의 친구들이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전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위젤은 노벨평화상으로 치면 김 전 대통령의 선배격(1986년 수상)이고, 하벨과 본데비크는 김 전 대통령처럼 한 나라의 지도자로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애써왔다.

이들이 북한 인권개선과 민주화를 전세계에 호소할 때, 김 전 대통령은 자신처럼 전 세계가 김정일의 친구가 되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해도 북한주민의 참상에 침묵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화해협력을 위해서도 인권개선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17일 표결된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뒤늦게나마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를 두고 세계평화의 3인은 “매우 중요한 변화”라며 “이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DJ는 이제라도 북한인권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국의 대통령이자 노벨 수상자라는 화려한 경력도 북한 주민의 처참한 실상에 공개되는 순간 물거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역대 노벨평화상 최악의 수상자이자 독재지원 세력으로 기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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