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제2차 벼랑끝 생존전략’을 전개했다

예상대로 천안함 사태의 제2막이 올랐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제시한 ‘1번’ 표식 북한산 어뢰 프로펠러를 보면서 지구촌 유일의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에게 새삼 감사했다. 그것은 결정적 증거를 넘어 ‘완벽한 증거'(perfect evidence)였다. 만약 ‘No 1’이나 ‘Y-3’ 등이었다면 ‘남조선’을 비롯해서 여러 나라가 ‘자작극’ 후보자들이 될 뻔했다. 21일 일본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증거는 압도적인(overwhelming) 것이었다”고 표현했다. 


합동조사단의 결과가 발표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했다. 유엔헌장,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 등의 위반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예상되는 조치로는 안보리 제재 추진, 한미 합동 서해 대잠수함 훈련, 개성공단 제외 경협중단, 금융제재, 도발징후 때 선제타격을 위한 군 전략정비 등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제2막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세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미국은 중국에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법을 지키게 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천안함 이전과 천안함 이후가 객관적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남북관계· 한미관계· 한중관계· 미중관계· 중북관계는, 앞으로 천안함 이전의 상태로 환류되지 못할 것이다. 6자회담도 물론 과거의 6자회담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만약 천안함 이전의 동북아 정세 인식이 관성적으로 머리속에 작용하면서 향후의 제2막을 보려 한다면, 정확한 관찰에 실패할 수 있다. 안개에 젖어 흐릿해진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사물을 관찰하려 하는 것처럼, 또는 주파수를 정확히 맞추지 못해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이 윙윙 거리는 라디오 소리처럼, 상황이 명료하게 보이지 않고 뿌옇게 보일 수 있다.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 언론은 우리 앞에 전개될 사태를 매우 객관적 각도에서 냉철하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언론이 사태의 본질과 현상, 핵심부와 주변부를 혼동하여 헷갈리게 되면 앞으로 전개될 사태에 올바로 대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지난 김정일의 방중(訪中)과 중-북 관계를 분석하는 데서 우리 언론은 정확한 보도와 해설에서 실패했다. 한국의 대표 언론인 조중동은 정확한 맥을 잡지 못했다. 김정일의 방중에 대해 비교적 실체에 접근했던 언론은 “김정일, 中에 불만 하루 일찍 귀국” 기사를 보도한 16일자 아사히 신문이었다. 김정일의 방중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일단 뒤로 미룬다.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이 칼럼을 통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하여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요약하면, 1) 천안함 군사공격과 김정일의 생존전략  변화 2) 김정일의 신(新)모험주의 전술에 대한 효과적 대처 방안 3) 북한문제 포괄적 해결방안이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 위 3가지를 연재하려 한다. 먼저 1) 천안함 군사공격과 김정일의 생존전략  변화에 대해 핵심 부분을 언급한다.


천안함은 북한의 군사공격에 당했다. ‘당했다’는 표현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왜 당했을까? 기습공격이어서 허를 찔렸다? 적의 기습에 허를 찔렸다는 분석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대청해전 패배에 대한 북한군의 복수였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복수할 것을 사전에 인지했다면 당연히 기습에도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어떤 분석가는 북한 정권의 세습문제와 관련있다고 한다. 이 역시 틀리지 않다. 그렇다고 핵심을 다룬 분석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것은 여러 상식적 수준의 답변들 중 하나일 뿐이다.    


천안함은 왜 당했는가? 그것은 우리가 ‘김정일의 변화된 생존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대남 · 대외전략은 변했다. 구체적으로, 김정일의 체제생존 전략전술에서 변화가 생겼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천안함이 당한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김정일의 체제생존 전략에서 변화된 부분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지만 만약 앞으로도 천안함 사태 이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관성적 인식을 갖고 사태를 대한다면 또 당할 수도 있다. 뿌연 안개 속에서 적의 화살이 어디에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리저리 칼을 휘두르는 우스꽝스런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 한다.   


공산권이 붕괴되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 북한경제도 완전히 거덜났다는 사실은 다 아는 일이다. 김정일은 이 시기부터 대내외 전략을 군사주의(선군)로 옮기고 한반도 군사긴장을 매개로 한 생존전략을 선택했다. 핵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한반도에 군사긴장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매개로 하여 국제협상을 해서, 협상을 통해 경제지원을 받아내며 생존하는 전략이다.


요약하면, 한반도 군사긴장 유발(1차 북핵위기)→국제협상(제네바 협상, 4자회담)→한 미 일 경수로 및 에너지· 경제지원→핵· 미사일 개발 업그레이드(농축 우라늄, 중거리 미사일) 한반도 군사긴장 유발→국제협상(6자회담)→한·미 ·중 대북 경제지원(9.19 공동성명)→군사긴장 유발(핵실험)→ 국제협상이라는, 체제생존 사이클 (cycle)을 보여온 것이다. 이렇게 해서 김정일 정권은 지난 20년 동안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생존 사이클에 변화가 생겼다. 다시 말해, 이 생존 사이클의 전략은 그대로지만 전술적 부분에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 변화의 핵심에는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는 사실관계(fact)가 놓여있다. 물론 NPT체제를 지켜야 하는 한· 미 등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북한이 1,2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것은 이미 ‘객관화된 사실’이다. 여기에서부터 김정일의 대외전술에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12월 보즈워스 미 대북특사가 평양에 갔을 때, 북한은 “우리는 이미 핵보유국이므로, 이제부터는 조(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협상(6자회담 등)을 경제지원을 타내고 핵개발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편으로 활용해왔고, 결국 6자회담이 계속 되는 동안 1,2차 핵실험까지 한 것이다. 


김정일 정권에게 국제협상이란, ‘군사력을 높이고 경제지원을 타낼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김정일의 생존 사이클을 정성껏 도와준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이제 없다.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비핵 개방’을 요구했다. 오바마 정부도 마찬가지다.


6자회담은 본질적으로 ‘북한의 핵을 폐기하기 위한 국제회담’이다. 하지만 김정일 입장에선 ‘이미 핵보유국’이 되었기 때문에, 북핵폐기를 본질로 하는 회담에 나갈 이유가 없다. 김정일 입장에서 6자회담은 한 미 일 중 러가 대북 경제지원을 해주고, 6자회담 내 한반도평화포럼이 미-북 간 주도로 제대로 활성화될 때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환경과 조건이 주어지지 않으면 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는 김정일의 ‘미북 평화협정’ 요구에 응할 수 없다. 북한의 목적이 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동맹 파기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일 입장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핵개발을 매개로 하여 먹고 살았는데 이젠 핵보유국이 되었고, 또 한· 미 정부는 더이상 경제지원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템(item)의 생존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또 그것은 핵무기 개발처럼 비교적 장기적인 생존을 담보해줄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한반도평화협정 체결을 강제하는 군사적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전술’인 것이다.


서해는 김정일이 ‘한반도평화협정을 강제하는’ 국제 환경과 조건을 조성하는 데 매우 적절한 곳이다. 서해 NLL은 원래 정전협상 당시 유엔군이 한국군의 북진을 막기 위해 그어놓은 북방한계선이다. 당시에는 북한도 지금의 서해 NLL을 수용했다. 1970년대부터 북한은 서해 NLL의 무효화를 주장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분쟁수역화를 위해 끊임없이 도발하고 있다.


서해는 남-북, 미-중의 작전 해역이다.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미군)-북한군, 그리고 유엔군 일원의 교전당사국 한국 및 중국이 얽혀있는 해역이다. 김정일은 이곳을 매개로 하여 한반도 군사긴장을 계속 고조시켜 가면, 다시 말해 한반도평화협정을 강제하면서, 국제협상→대북 경제지원→한반도 군사긴장 업그레이드→국제협상→경제지원이라는 생존 사이클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천안함 격침은 김정일이 이 생존 사이클을 본격화 하기 위한 ‘신호탄’이다. 비유하자면, 김정일이 “한·미, 당신네들이 우리의 평화협정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으니, 그럼 내가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드리지요” 라는 게 바로 천안함 격침사건의 배경인 것이다. 


또 김정일 입장에서 서해에서 크게 분탕질을 쳐야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 중국은 대륙의 서쪽인 티벳과 신장 위구르 문제도 골치 아프기 때문에, 대륙의 동쪽에 안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하지만 김정일은 남북, 미중이 얽혀있는 곳에서 분탕질을 쳐야 비로소 생존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핵개발이 1차 벼랑끝 전술로 성공했다면, 김정일은 제2차 벼랑끝 전술 지역으로 서해를 선택했고 그것은 한반도평화협정 체결을 강제하자는 것이다.  


김정일 입장에서 6자회담은 그저 중국이 북한을 도와주는 매개체로만 활용하면 된다. 중국이 경제지원을 듬뿍듬뿍 해주고, 6자회담에서 한반도평화포럼이 제대로 활성화된다면 김정일은 6자회담에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김정일의 방중 목적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본다. 중국이 김정일의 이와 같은 수작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대놓고 김정일에게 “내정 소통 좀 하자”고 했고, 원자바오는 “개혁개방 해라”고 요구한 것으로 본다.(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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