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홀로서기 미흡…식량문제 첫 시험대

북한 김정일의 사망(12.17)으로 시작된 김정은 체제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김정은은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험 때문에 출발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안감을 던져줬지만 권력 내부에 별 다른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채 대체로 무난한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는 평가다. 


12월 최고사령관직 계승에 이어 4월 4차 당대표자회 등을 통해 1차 권력 정비를 마무리 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한 광명성3호 발사와 김일성 100회 생일을 기념하는 태양절(4.15) 행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장거리 로켓 추락으로 위신이 꺾이는 듯 했으나 별 다른 소동 없이 최근 소년단 행사까지 일사천리로 치러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이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최근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압축적인 권력 승계 일정과 지나치리만큼 김일성을 따라 하는 행위, 미북협상과 로켓발사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실수는 불안요인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봉합된 상태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권력 승계에서 돌발 변수가 없었던 것을 체제 안정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섣부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이 현재 안고 있는 대내외적 문제로는 식량, 개혁개방, 핵, 인권, 나아가 평화협정체결 등인데 그 어느 하나도 녹녹치 않은 과제다. 이런 문제가 잠재돼 있는 상황이지 해결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식량문제는 김정은 지도력의 가장 큰 시험대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했기 때문에 북한 권력 내부 어떤 그룹에서도 김정은 외의 대안이 나올 상황은 아니었다. 지명된 후계자가 권력을 물려 받는데 당장 문제는 없었다. 김정은은 통치 안정화를 위해 일단 선대(先代)의 유훈을 끌어들였다. 북한은 지난 1월 김정은을 진심으로 잘 받들고, 당의 주위에 한마음 한 뜻으로 굳게 뭉쳐야 한다는 김정일의 ‘10.8유훈’을 공개했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이후 광명성절 제정, 태양상.영생탑, 기마동상.대형동상 제막, 김정일 훈장 제정, 김정일에 대원수 칭호 등의 김정일 사후 우상화 사업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제 김정은은 죽은 아버지에 의지하지 않고 식량 위기와 개방, 핵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김정은은 6개월 통치에서 김정일과 다른 면모도 보여줬다. 먼저 인민의 자애로운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북한 당국은 장례기간 조의식장 주변에 봉사대, 의료초소, 더운물 매대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놓고 이를 김정은의 크나큰 은덕으로 묘사했다. 주민들에게 친필 답신을 보내고 과감한 스킨십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정은을 부여 잡고 눈물을 흘리는 주민과 군인, 아이들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김정은은 평양 놀이공원인 만경대유희장을 찾아 보도블록 사이에 자라난 잡풀을 직접 뽑는가 하면 간부들에게는 “유희장이 이렇게 한심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소리”라고 격하게 질타해 관료주의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정은은 지난 4월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을 상대로 한 담화를 노작(勞作)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는 여기서 “우리는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27일에는 국토관리사업을 강조했던 담화에서도 토지 정리와 개량사업을 통해 논밭의 지력을 높이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김정은은 지난 6개월 동안 군 관련 행보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김정일이 후계 수업에서 강조한 군(軍) 중시 노선을 그대로 따랐다. 김정은은 새해 첫날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찾았다. 9일에는 인민군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김정은은 집권 첫 달인 1월 한 달 동안 14차례 공개활동에서 10차례가 군 관련 시찰일 만큼 비중이 컸다.


김정은 시대, 장성택·최룡해 친정체제 강화


대남위협도 고조시켰다. 연초에는 동서해 미사일 사령부를 방문하고 한미합동군사련인 키리졸브 훈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판문점을 방문해 “최고의 격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4월에 15만 명이 참가하는 평양시 군중대회를 여는가 하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될 것이라며 개시되면 3, 4분 내 초토화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올해 초 황해도에서 발생한 식량난 상황과 최근 가뭄지속 등으로 올해 식량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위기에 처했다. 가뭄이 심해지면 집권 첫해부터 간부들의 지지와 민심 획득에 실패할 수 있다.


대북 전문가는 “중국이 어느 정도 개입하느냐에 따라 해결할 수도 있으나, 식량문제는 김정은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량난 해결 없는 통제는 인민들의 불만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1일 열린 제4차 당대표자회를 민간인 출신인 최룡해가 지난해 대장 칭호를 받은 데 이어 군의 핵심 요직인 총정치국장에 임명됐다. 김정은은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여기에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이명수 인민보안부장도 국방위 위원으로 선출됐다.


장성택의 건재와 최룡해의 부상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분석이 엇갈리지만 아직 김정은이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위원은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 민간인에게 군복을 입혀 군부 통제를 주문한 것이다. 순수 군 출신들이 순응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군 내 권력서열 변화에 반발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오히려 정치적 구심력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김경희, 장성택, 최룡해 등 친정체계가 강화된 것은 그만큼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시대 새대 교체라 할만한 인사 단행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는 “일종의 통치 위임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유일지도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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