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평북 주요간부 숙청은 ‘충성 경고장’

북한 당국이 평안북도 주요 간부 30여 명을 대거 철직·해임시킨 것은 김정은 지도체제 구축을 위한 지방 권력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김정은 시대를 열기 위해 기존 간부들을 비리 인사로 낙인 찍어 몰아내고 신진 간부들을 수혈하는 ‘청산과 수립’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후계 등장 이후에도 주민 불만은 여전하다. 그 민심 악화의 화살을 중간 간부들에게 돌림과 동시에 신진 간부들에게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확보하는 등의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이다.   


이번 평북 간부 숙청작업은 그 대상과 규모에서 일반 주민들의 예상을 뛰어 넘고 있다. 김정은이 보위기관에 대한 충성기반을 구축한 다음 당 정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처럼 전격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나오리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평안북도당 선전비서, 조직부장 등 주요 간부 30여 명이 한꺼번에 철직·해임됐다. 선전비서와 조직부장, 근로단체부장 등 서열 10위 내 인사가 3명이나 포함됐다. 조직부장은 도당 운영의 핵심 노른자에 해당한다. 


도당 책임비서가 이만건으로 교체된 지 채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다시 수족을 잘라낸 것은 김정은에게 충성을 받치라는 경고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2009년부터 사실상 권력의 2인자로서 간부들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진행해 왔다. 김영주, 이을설, 김일철 등 원로 인사들을 조기퇴진시켰고, 김정은을 보좌할 수 있는 이영호(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을 급부상시켰다.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숙청한 것도 후계체제 구축 차원으로 읽혀졌다. 간부들과 주민들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보위부에 자신의 측근을 심기 위해선 류경 인맥부터 솎아낼 필요를 느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었다.


지난해 당대표자회를 통해 중앙 조직차원의 물갈이는 일단락 지은 만큼 기층 지역조직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정은은 최근 들어 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감사권을 행사하면서 비리 간부를 숙청하고 있다.


또한 2009년부터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보위부장 직책으로 중국과의 접경지역에 ‘폭풍군단’을 비롯한 검열조를 연이어 파견, 주민들과 해당 검찰·군·당 조직을 대상으로 한 밀수·탈북·정보유출 등에 대한 대규모 단속을 총괄 지휘해 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비리를 저지른 간부들을 몰아냄으로써 젊은 사람들을 그 자리에 심을 수 있다는 ‘물갈이 효과’와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내부단속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일도 대규모 아사(餓死) 사태가 벌어졌던 고난의 행군 시기 당시 각종 비리사건을 터뜨려 지도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운 바 있다. 


대표적으로 1999년 양강도 혜산시 보위사령부 검열 당시 도당 책임비서, 도 보위부 책임비서(최길관)를 비롯해 운흥군 당 책임비서, 376군부대 정치부장, 양강도 보안국 수사처장(이성훈) 등 현직 간부들을 한꺼번에 숙청했다.


당시 도당 책임비서는 국경연선에 급속하게 번지는 자본주의 문화를 미리 방지 못했다는 이유로, 도보위부 책임비서는 당 자금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운흥군당 책임비서와 376군부대 정치부장은 뇌물 등 비리혐의로 처형됐다.


정 연구위원은 “김정일은 당시 지도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중간 간부들에게 돌리고, ‘중간에서 간부들이 횡령·착복해 인민생활 향상으로 가지 못한다’는 식의 책임회피를 위해 간부들을 자주 해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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