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한 북한의 박의춘(80) 외무상이 노령임에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7개국과의 양자회담 등 적극적인 외교행보를 벌였다.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의 첫 외교무대라는 점에서 박 외무상의 행보가 주목을 받았다.
박 외무상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머문 3일 동안 아세안 국가들과 회담한 반면 한국·미국 외교장관과는 접촉하지 않았다. 12일 ARF에 참석한 박 외무상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오히려 의도적으로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RF에서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4월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미와 불편한 관계 관계에 놓인 북한이 외교 첫 무대에서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하고만 회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외무상은 아세안 국가들과 회담에서 역내 정치·안보 문제와 함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양국의 우호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이번 아세안 국가들과의 회담에서 식량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데일리NK에 “고립된 상황에서 외교관계를 다원화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식량 원조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에 북한이 한미와의 접촉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한미 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와 대화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핵문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에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손을 먼저 내밀어도 북한의 의도대로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또한 한미가 대선국면이기 때문에 실제 대화를 해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